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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옷 벗는 매스미디어 Ⅱ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09-07-28 수정일 2009-07-28 발행일 2009-08-02 제 2659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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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한 번에 빠져드는 에로물·성범죄의 유혹
비윤리적 남녀 설정한 자극적인 동영상 범람
인터넷 성매매·불륜 성행…청소년에 악영향
정보의 바다 인터넷은 성 상품의 천국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성 가치관 형성에 유해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이를 제재할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 에로티시즘에 빠져있는 영화

최근 5가지의 색이 담긴 에로스 이야기를 담은 영화 ‘오감도’가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에로스를 소재로 한 영화라는 점은 물론이고 광고 카피 중 ‘신감각 에로스’를 내세워 많은 관객들을 자극하기도 했다.

영화의 성 상품화는 TV나 광고와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TV의 경우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사회구성원들이 가상 시청자로 볼 수 있지만 영화는 내용과 장르에 따라서 관객들이 선택적으로 수용하기에 메시지는 훨씬 제한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특히 에로물과 포르노는 성 상품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관람하는 관객들은 대부분 성적인 욕구 충족을 목적으로 한다. 에로물 외에도 영화 속에서의 성 상품화는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색즉시공’과 ‘몽정기’ 등 ‘오감도’와 같이 성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도 많다.‘성문화’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성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채로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을 단순한 성적인 개체로 바라보는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매춘여성으로 만드는 ‘나쁜 남자’, 원조교제를 다룬 ‘사마리아’ 등 한 감독의 작품에서 성 상품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남자 주인공의 남성성을 강조하기 위해 여성을 장식물로 등장시키는 영화들도 있다. 남자 주인공들은 언제나 용감하고 폭력적이며 여자를 보호하고 악으로부터 위기를 구해낸다. 반면 여자들은 남성의 보호를 받고 구출되어지거나 남자 주인공의 성 욕구만 채워주는 경우도 있다. 인기 액션영화 ‘007’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

영화에서는 대부분 비정상적이고 비윤리적인 남녀관계를 설정해 관객들을 자극한다. 폭력적이고 쾌락적인 내용의 흥미위주로 표현하고 있다. 게다가 영화는 TV보다 더 노골적으로 성을 표현하기에 대중들에게 가치의 혼란을 줄 수 있다.

▤ 떠오르는 성 상품의 천국 인터넷

정보의 바다 인터넷은 성 상품의 천국이다. 성인사이트의 접속 건수가 유명한 사이트의 접속건수를 상회하는 것만으로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성인사이트는 인터넷에서 엄청나게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시각을 현혹하는 온갖 이미지 파일들로 가득 차 있는 성인사이트에서는 가학적이거나 비정상적인 성관계를 다룬 영상물들을 일정 금액만 지불하면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서로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화상채팅도 역시 성 상품화의 주범이다. 상대방의 외모를 보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성형수술을 고민하는 학생들까지 있을 정도다. 또한 이른바 ‘번개’를 통해서 성을 상품화하고 이를 매매하기까지 하는 범죄가 성행하기도 한다. ‘접속 그 이후’라는 소설가 이진수씨의 작품은 인터넷 안에서 성이 얼마나 유린되고 있는가를 잘 표현해냈다. 이 작품은 인터넷을 이용해 주부들을 울리는 ‘사이버 제비’들의 신종 사기극, 원조교제 등을 이야기한다. 이미 배우자가 있는 남녀가 가상공간에서 다시 결혼해 사이버 상에서 성관계를 맺고, 오프라인에서 만나 성폭행을 하는 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실제로도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하지만 인터넷의 가장 큰 문제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은 TV와 같이 원할 때면 언제나 접속해서 원하는 자료를 찾을 수 있기에 파급효과가 크다. 게다가 나이를 불문하고 아동들과 청소년들도 접속할 수 있지만 이를 제재할만한 정책이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즐겨하는 인터넷 게임의 성 상품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게임 캐릭터 중 여성 캐릭터는 비현실적인 몸매와 야한 의상을 입고 있어 청소년들의 성 가치관 형성에 유해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제재할 만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