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수험생은 공부를, 엄마들은 기도를 한다. 하지만 마음을 치유하고 기도가 필요한 이는 고통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수험생들이다. 매달 둘째·넷째주 수요일 오전 7시, 서울 중림동 종로학원 지하교실에서 봉헌되는 수험생 미사가 특별한 이유다. 그 가운데 일상에서 사도직의 삶을 사는 종로학원 강사 명백훈(프란치스코·52)씨가 있다.

“제가 재수를 해봐서 그 마음을 알아요. 인생의 낙오자가 된 것도 같고, 하루 종일 학원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업은 또 얼마나 힘든지요. 수험생 거의 대부분이 냉담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수험생 미사는 2003년, 종로학원 인근에 위치한 중림동약현성당에서 처음 시작됐다. 당시 주임으로 재임하던 원종현 신부가 직장인미사를 창립했고 ‘약현성당을 사랑하는 직장인 모임’의 구성원들이 마음을 모아 주일 오후 7시 수험생을 위한 미사를 연 것이다. 명씨도 그 구성원 가운데 하나였다.

“신부님께서 수험생을 위해 많이 노력하셨어요. 신부님을 도와서 학생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바비큐파티도 열고 정말 재미있었죠. 한때 120명 가까이 수험생들이 성당을 찾기도 했어요.”

원종현 신부의 소임이 이동된 후 일 년 동안 이뤄지지 않던 수험생 미사는 프란치스코 작은형제회의 신부들의 노력을 통해 학원 건물에서 명맥을 이어갔다. 올해부터는 약현본당 주임 이준성 신부가 본당 구성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저는 미사를 준비하고 학생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미사 전날부터 학원에 빨리 도착해야한다는 생각에 잠을 설치기도 하지만 학생들과 만나 함께한다는 생각에 기쁩니다. 수험생들이 나중에 사회인이 돼서도 ‘우리는 혼자가 아니었다’는 생각을 해주길 바라요.”

수험생미사가 봉헌된 지 햇수로 10년. 얼마 전에는 우연히 약현성당에서 기도를 하던 도중, 전 수험생 미사에 참례했던 제자를 만나기도 했다. 당시 자신이 받은 격려를 후배들에게 나눠주고 싶어 명씨를 찾기 전 성당에 들렀다는 그는 미사의 해설을 맡는 등 다양한 후원을 하고 있다.

“수험생을 위한 사목적 배려가 있어야 해요. 군대나 사회로 나가기 전부터 다독여줘야지요. 전 참 행복한 가톨릭신자 강사인 것 같아요. 약현성당과 서소문순교성지, 그 가운데서 수험생들과 미사를 함께할 수 있으니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