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68) 송별 인사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5-01-06 수정일 2015-01-06 발행일 2015-01-11 제 2927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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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선교 중인 어느 교구 신부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한 번 보자고! 그래서 우리는 모 식당에서 함께 만났고, 그 신부님으로부터 선교 활동 중에 있었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신부님은,

“강 신부, 이번 휴가는 정말 부모님 댁에서 조용히 쉬었어. 그리고 주일이 되어 부모님과 함께 부모님 댁 근처 본당에 미사를 갔었지. 부모님도 작년에 그곳 본당으로 새로 이사를 갔기에 본당 신부님하고는 잘 모르셔. 그러기에 부모님 눈치는 내가 본당 주임 신부님과 함께 공동 집전으로 미사를 했으면 하셨지. 그런데 알고 보니 그날, 본당 신부님 환송 미사가 있는 거야.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공동 집전을 할 수 있겠어! 또한 나도 잘 모르는 본당 신부님에게 인사드리는 것이 조금은 부담이 되던 차에, ‘환송 미사’라는 말을 듣고 ‘환송 미사는 환송하시는 본당 신부님이 주인공이 되셔야 한다’고 부모님을 설득시킨 후, 부모님과 함께 신자석에 앉아서 미사를 봉헌했지. 그렇게 부모님과 함께 자리에 앉아서 미사를 드리니 좋더라!”

“그래도 부모님 마음이 좀 그랬겠다.”

“암튼 그렇게 주일 미사를 드리는데 그 신부님 강론이 마음 깊이 와 닿더라. 그래서 속으로, ‘본당 신부님, 참 좋은 분이시구나’ 했지. 그런데 내 예상이 맞았어. 미사 끝날 즈음, 간단한 환송식을 하는데, 신부님 환송 인사 말씀이 정말 인상적이었어!”

“그래? 사제가 사제의 마음에 감동주기는 쉽지 않은데, 진짜 좋았나 보다!”

“음. 처음에는 여느 신부님들의 인사말처럼 하시더라. 그동안 고생하신 분들과 단체들, 그 밖에 처음 본당에 왔을 때의 소감 등! 그러시다가 마지막에 하신 말씀이 ‘○○본당 신자 여러분!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제가 이곳 본당에 있는 동안 저의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어 주셨고, 저의 상처를 정성껏 치유해 주셨습니다. 한 마디로 저를 꾸준히 성장시켜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은 저에게 진심으로 소중한 보물이었습니다. 여기 본당에서 사목하는 동안, 나는 여러분들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보물을 만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가난하고 초라한 내 마음 안에 들어오셔서, 나를 무척이나 귀하게 변화시켜 주었기에, 지금 내 마음은 여러분들의 보물이 가득 차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제가 되었습니다. 지금 이 마음, 이 기쁨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새로 오시는 신부님께도 좋은 삶과 좋은 마음을 나누어 주시기 바랍니다.’ 뭐, 이런 내용인데,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는 이들, 성당 천정을 바라보는 이들, 두 손을 얼굴에 감싸는 이들! 정말이지 한 사제를 진심으로 환송해 주는 본당을 본 적이 없었어. 암튼 본당 신자 분들 한 분, 한 분을 보물로 생각했으니, 지내는 동안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했을까 짐작이 가더라! 나도 그렇게 한 번 송별 인사를 진심으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한 사제가 자신의 본당 신자들로부터 자신의 약점과 상처를 치유 받았다는 말은 쉽게 하지 못할 텐데! 또한 사제들에게 치유는 언제나 자신의 몫으로만 생각했을 텐데! 본당 신자들 한 분, 한 분을 보물로 여기는 그 마음이 그냥 ‘짠’했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