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평신도 주일 기획] 평신도 신학자 양성 활성화 하려면

이승환·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3-11-07 수정일 2023-11-08 발행일 2023-11-12 제 3367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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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 ‘밥 먹여주는’ 시대 만드는 노력 필요
교회 차원 마스터플랜 수립으로
인식 개선·재정 지원과 더불어
평신도 전문가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와 영역 마련돼야

평신도 신학자 양성이 활성화되려면 깊이 있는 전문 신학지식을 공부한 평신도들이 연구를 지속하며 후진을 양성할 기회와 영역이 보다 확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평신도의 신학 연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재정 지원 등 제도적 장치 또한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가톨릭신문이 평신도 주일을 맞아 만난 평신도 신학자들은, “교회 내에서 신학을 공부할 곳이 충분치 않고, 이후 신학자로 계속 살아갈 진로도 마땅치 않다”며 “신학자 등 평신도 전문가 양성과 지원을 목표로 한 교회 차원의 마스터플랜이 수립될 때 비로소 양성의 내용과 질도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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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교회 내에서 평신도가 신학을 공부할 수 있는 교육기관은 극소수다. 신학교의 경우 사제양성을 위한 교과목 위주여서 평신도가 신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고려대학교 조광(이냐시오) 명예교수는 “사목자 위주의 교육을 하는 신학대학은, 비유하자면 보병 장교를 양성하는 사관학교여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 학자를 양성하는 종합대학 체제와는 다르다”며 “군대에도 특과 교육이 있듯 신학을 특화해 교육할 연구중심 대학이 교회에 필요하다”고 밝혔다.

“평신도가 왜 신학을?”이라는 선입견도 여전하다. 평신도 전문가를 인정하는데 여전히 인색하고 이는 평신도 신학자의 경우 더욱 심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평신도 신학자가 신학과 교수로 강단에 설 기회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연구의 저변 확대와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평신도 신학자의 필요성은 시대 변화에 따라 더욱 강조되고 있다.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오민환(바오로) 연구실장은 “사회 각계각층에서 체험한 삶의 내용이 신학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평신도 신학자는 성직자가 신학을 공부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연구의 폭을 넓힐 수 있다”며 “이제 교리만 가지고 그리스도교를 설명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전했다.

평신도 신학자들은 주교회의와 일부 교구에서 평신도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여전히 수요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도 공유했다. 한님성서연구소 송혜경(비아) 수석연구원은 “교구에서 사제를 양성하는 것처럼, 신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려는 젊은 평신도를 선발해 장학금을 지원하는 제도(장학기금)가 더욱 늘어나야 한다”며 “재정 지원과 함께 추후 활동의 장이 마련된다면 수혜자 또한 연구를 지속하며 ‘책임감 있는 신학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어려운 학문으로 여겨지는 신학에 대한 일반 신자들의 인식 또한 교육을 통해 바꿔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송혜경 수석연구원은 “신앙과 신학이 삶과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의 가장 핵심적인 질문들을 다루고 있음을 주일학교 교육 때부터 시작한다면 신학을 깊이 공부하려는 젊은이들도 늘어날 것”이라며 “신학이 성직자나 수도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신자가 해야 할 일, 이른바 ‘전 신자 신학하기’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승환·염지유 기자 ls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