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9세기 300여 년 박해 이어진 베트남…신자들 위기 처한 상황에 성모님 발현 발현지로 인준받고 성모 동산도 건립…매년 10만 명 찾는 순례지로 거듭나
“얘들아, 걱정하지 마라. 내가, 너희 어머니가 여기 있다.”
성모성월을 맞이해 베트남 주교회의 인준 성모 발현지인 짜끼우를 찾았다. 베트남 정부는 17세기 초반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300여 년에 걸쳐 교회를 박해했다. 베트남 교회는 박해의 역사 속에서도 신앙을 지켜오며 짜끼우와 라방을 성모 발현지로 인준받았다. 그중에서도 짜끼우는 성모님이 발현해 박해를 물리친 역사가 있는 베트남의 성모 신심을 대표하는 지역이다. 짜끼우 성당과 성모동산을 걸으며 짜끼우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살펴본다.
신자들을 지키기 위해 발현하신 성모님
19세기 후반 베트남 정부는 프랑스 식민 통치 저항운동의 일환으로 교회를 박해하고 있었다. 당시 베트남 중부 꽝남(Quảng Nam) 지방의 작은 마을 짜끼우에는 브루이에레 신부가 사목하고 있던 작은 성당이 있었다. 박해가 거세지던 1885년 9월 반탄(Văn Thân)군은 성당을 공격하려고 사방을 둘러쌌다. 신자들은 저항하려고 했지만 대부분 무장하지 않은 상태였고, 수적으로도 밀리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브루이에레 신부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자들에게 성모님께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반탄군과 맞서 싸우던 청년들을 제외하고 본당의 노인, 여성, 어린이들은 성모송을 외우며 성모님께 전구했다.
저항이 지속되던 중 반탄군은 성당에 대포를 쏘기 시작했다. 그때 성당 꼭대기에 하얀 옷을 입은 성모님이 발현하셨고 반탄군의 대포가 모두 빗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반탄군은 코끼리 부대를 동원했지만, 성모님과 희고 빨간 옷을 입은 1000여 명의 아이들이 그들을 향해 오자 코끼리들이 겁에 질려 움직이지 않았다. 이를 본 반탄군은 사기가 꺾여 공격을 멈췄고, 성당과 신자들을 지킬 수 있었다.
당시 군인과 주민들의 증언 덕에 짜끼우에 성모님이 발현하신 일이 널리 알려졌다. 베트남 교회는 성모님의 발현 덕분에 열악한 상황에서 반탄군을 물리칠 수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며 짜끼우를 성모 발현지로 인준했다. 1898년 지금과 같은 형태의 짜끼우성당을 지어 ‘믿는 자의 도움이신 성모님’께 봉헌했다.
다낭교구 성모신심의 중심지로 발돋움
현재의 짜끼우성당은 성모님이 발현하셨던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성당 제대에 있는 성모상과 감실은 기존 모습이지만 신자 수가 늘어나 단층 삼각 지붕에서 2층 성당으로 증축됐다. 성당 전면에는 성모님이 발현하셨을 때의 모습을 본뜬 성모상이 모셔져 있다. 왼편에는 ‘이곳에서 성모님이 발현하셨다(1885년 9월 10일과 11일)’라는 문구가, 오른편에는 ‘얘들아, 걱정하지 마라. 내가, 너희 어머니가 여기 있다’라는 짜끼우 성모님의 메시지가 적혀 있다. 그 아래는 베드로와 바오로 성인상이 있고 양쪽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 성전으로 이어진다.
하얗게 칠해진 성전 안에서 조용히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봤다. 왼쪽 벽면에는 대형 묵주와 성모상이, 오른쪽 벽면에는 요셉 성인상이 보인다. 요셉 성인상 왼편에는 자비의 예수님상이 놓여 있다. 성전 오른쪽으로 연결된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성직자 묘역이 있다. 이곳에는 초대 다낭교구장인 팜 응옥 찌(Phạm Ngọc Chi) 주교의 묘역이 조성돼 있다. 성당을 떠나기 전 기나긴 박해를 견뎌온 베트남 교회를 위해 묘역에서 조용히 기도했다.
짜끼우성당을 나와 10분간 걸어 성모님의 발현을 기념해 지은 짜끼우 성모동산에 도착했다. 1971년 당시 교구장이었던 팜 응옥 찌 주교는 짜끼우를 다낭교구의 성모 신심 중심지로 인정했고, 매년 5월 31일 짜끼우에서 전국 규모의 성모 대회를 열고 있으며, 매년 10만 명이 넘는 순례객들이 방문해 순례한다.
베트남 교회의 믿음 보여주는 자리
성모동산은 높은 지대에 자리 잡았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길에 악을 물리치는 미카엘 대천사상을 볼 수 있다. 그 뒤로는 경당이 있는데 마리아의 ‘M’자를 형상화한 지붕과 종탑 가까이에 걸어져 있는 묵주가 있다. 경당 내부 성모상 아래에는 ‘얘들아, 걱정하지 마라. 내가, 너희 어머니가 여기 있다’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경당을 나오면 ‘치유의 물’이 솟는 야곱의 우물과 그 양쪽에는 예수님이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청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상이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성모님 발현 재현 기념탑 왼편에 소성당이 있다. 맞은편 십자고상 앞에서 잠시 묵상하고, 소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소성당은 베트남 성당 건축 특징 중 하나인 성전 양쪽으로 드나들 수 있는 문이 조성돼 있었다. 바람이 시원하게 통하는 성당에 앉아 조용히 성체조배를 하는 신자도 볼 수 있었다. 경당에 앉아 짜끼우에 발현하신 성모님의 의미를 되새기며 순례를 마무리 지었다.
짜끼우는 오랜 박해의 세월 속에서도 신앙을 지켜낸 베트남 교회의 역사이자 신자들의 믿음이 담긴 장소였다. 오늘날에도 “얘들아, 걱정하지 마라. 내가, 너희 어머니가 여기 있다”는 성모님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어딘가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을 이들에게도 그 메시지가 닿기를 기도한다.
※ 순례 문의 가톨릭신문투어(http://www.cttour.org)
이호재 기자 ho@catimes.kr
변경미 기자 bgm@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