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2회기에서 다룰 10가지 주제] 10개 연구 그룹이 각각 검토…여성 참여·성소수자 문제 등 폭넓은 수용에 대한 논의 포함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달리타스’를 오늘날 가톨릭교회가 실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목 과제로 설정하고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본회의 제2회기 일정이 10월 2일부터 27일까지 교황청에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된 가운데 전 세계 가톨릭교회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하는 시노드 여정을 지금도 걷고 있다.
교황은 본회의 제2회기 개막에 앞서 10개의 연구 그룹(Study Group)에게 각각 한 가지씩 모두 10가지 주제를 사전에 검토하라는 과제를 맡겼다. 10가지 주제는 지난해 10월 28일 본회의 제1회기 폐막 때 승인된 「종합보고서」를 바탕으로 선정됐으며, 3월 14일 교황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책임보고관 장-클로드 올러리슈 추기경과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이 발표했다.
본회의 제2회기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질 사안으로 교황이 검토를 지시한 10가지 주제와 연구 그룹들의 역할을 알아본다.
■ ‘10가지 주제’ 무엇인가
교황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진행과 관련된 모든 상황을 고려해 연구 그룹들이 본회의 제1회기 「종합보고서」 내용에 비춰 10가지 주제를 다루라고 요청했다. 교황은 각각의 주제가 서술된 「종합보고서」 항목도 언급했다.
10가지 주제는 다음과 같다. ▲동방 가톨릭교회와 라틴 교회의 관계에 대한 몇 가지 측면(「종합보고서」 제6항) ▲가난한 이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기(「종합보고서」 4항과 16항) ▲디지털 환경에서의 선교(「종합보고서」 17항) ▲선교적인 시노드 관점에서 「사제 양성 기본 지침」 개정(「종합보고서」 11항) ▲특정 선교 형태에 관련된 신학적이고 교회법적인 문제들(「종합보고서」 8항과 9항) ▲시노드적으로 선교하는 관점에서 주교, 축성생활, 교회 단체들 사이의 관계성을 다루는 문서들 개정(「종합보고서」 10항) ▲선교하는 시노드 관점에서 주교의 인품과 사목에 관한 몇 가지 측면, 주교 후보자 선정 기준, 주교의 법적인 역할, 사도좌 정기방문의 성격과 과정(「종합보고서」 12항과 13항) ▲선교하는 시노드 관점에서 교황청 대표부(교황대사)의 역할(「종합보고서」 13항) ▲논란이 되는 교리적, 사목적, 윤리적 사안들의 공동 식별을 위한 신학적인 기준과 시노드적 방법론(「종합보고서」 15항) ▲교회의 실천 안에서 교회일치 여정의 결실 받아들이기(「종합보고서」 7항).
이상의 10가지 주제는 모두 시노달리타스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으며, 10가지 주제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연구 그룹들이 검토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올러리슈 추기경과 그레크 추기경은 3월 14일 기자회견에서 “교회 안에서의 여성의 역할, 의사 결정 과정과 공동체 리더십에 여성들의 참여, 교구장 주교와 해당 교구 내에서 활동하는 수도회의 관계 등도 연구 그룹이 다룰 주요 주제”라고 소개했다.
또한 교황은 10가지 검토 주제를 승인하면서 본회의 제2회기에 4개 이웃 그리스도교 교회와 공동체를 추가로 초청할 것을 결정했다. 이 또한 10가지 주제 가운데 하나인 교회일치 정신을 살리려는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연구 그룹들 어떤 활동하나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교황의 지시를 바탕으로 연구 그룹들이 맡게 될 소임을 안내하는 문서를 준비할 예정이다. 연구 그룹들은 10가지 주제와 관련된 교황청 각 부서와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가 협의해 구성하며, 조정 권한은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가 위임받았다.
교황이 연구 그룹들이 검토할 10가지 주제를 본회의 제2회기에 앞서 선정한 것은 26일 동안 진행되는 본회의 기간 중에는 각각의 주제들을 충분히 논의하고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아울러 그레크 추기경은 “교황이 본회의 제2회기가 끝난 뒤에 연구 그룹들을 구성하지 않은 것은 교황이 그만큼 경청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며, 교황은 먼저 듣고 행동하고 계시다”고 말했다. 연구 그룹들은 올해 10월 27일 본회의 제2회기 종료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폐막된 이후에도 연구작업을 이어간다. 세계주교시노드 폐막과 관계 없이 시노달리타스 실현의 과제는 계속 교회에 남겨지기 때문이다.
교황은 10개 연구 그룹들에게 각각 담당한 주제에 대한 사전 보고서(preliminary report)를 본회의 제2회기에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연구 그룹들이 작성하게 되는 최종 보고서(final report)는 2025년 6월까지 교황에게 제출된다.
연구 그룹들은 10가지 주제와는 별도로 가톨릭교회 안에서 논란이 되는 사안들도 검토해 교황에게 그 결과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청 신앙교리부 산하 국제신학위원회 사무총장 피에로 코다 몬시뇰은 “연구 그룹들은 여성 부제 임명 가능성, 주교 선출 과정에 평신도들의 관여, 성소수자(LGBTQ+) 가톨릭 신자들에 대한 보다 폭넓은 수용 등도 분명하게 토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그룹들이 제출하는 사전 보고서는 올해 10월 교황청에서 열리는 본회의 제2회기 대의원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전체 주제’(general theme)를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교황은 “지금으로서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2회기 전체 주제는 ‘선교에 있어서 어떻게 시노드적인 교회가 될 수 있는가?’(How to be a synodal Church in misson?)라는 질문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그룹들이 심도 있게 논의할 10가지 주제가 발표된 뒤 전 세계 사제 300명이 자신들의 사목 체험을 공유하기 위해 4월 28일부터 5월 2일까지 교황청에서 시노드 미팅을 연다. 교황청 시노드 미팅 참석자로 선발된 미국교회 사제 5명 중 1명인 리틀록교구 조셉 프렌드 신부는 “내가 미국교회 사제단 대표로 교황청 시노드 미팅에 참석하게 된 사실을 알고 놀랐다”면서도 “본당 신자들과 사목 대상이 되는 사람들, 그리고 동료 사제들을 대표해 우리의 생각을 다른 참석자들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안드레아) 연구실장은 연구 그룹들이 다룰 10가지 주제가 공개된 뒤 “교황은 이전까지의 세계주교시노드 흐름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번 제16차 정기총회를 출발했을 것이지만 이전과는 다른 시노드 정신을 실현하는 일이 과연 한국교회에서 가능한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경 실장은 “실제 한국교회는 본회의 제1회기 폐막으로 이미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끝난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고, 올해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도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면서 “시노달리타스의 중요성을 체험한 이들과 함께 시노달리타스가 교회의 희망일 수 있음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