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인물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고통을 수용하고 극복한 의인 욥

최용택
입력일 2024-05-29 수정일 2024-06-04 발행일 2024-06-09 제 3396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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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블레이크 作 ‘친구둘에게 배척당하는 욥’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 마가렛 미첼(1900-1949)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에서 나오는 마지막 대사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칠 때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품고 견디면 분명히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좌우명같은 대목이다.

영화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배우 비비안리 분)는 당시의 여성들과는 달리 외향적이며 매우 강인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만 이기심 때문에 결국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사랑하던 사람은 떠나고, 아이는 죽고, 전쟁으로 인해 그 풍요롭던 농장마저 폐허가 된다. 그녀가 엉망이 되어버린 농장의 흙을 한 줌 움켜쥐고 “모든 게 다 잘 될 거야.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라고 말하는 엔딩 장면이 오랜 시간이 흘러도 기억의 잔상 속에 남아있다.

욥은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악한 일을 거들떠보지 않는 신앙의 사람이었다. 하느님 앞에 천사들이 모여 있을 때 그중에 사탄도 끼어있었다. 하느님은 욥의 믿음을 칭찬하면서 욥은 진실되고 온전한 사람이라 칭찬했다. 그러자 사탄은 세상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진 이가 하느님을 잘 섬기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도 고통을 당하게 되면 하느님을 원망할 것이라 단언한다.

그러자 하느님은 욥을 시험하도록 허락했다. 첫 번째 시험은 재물들에 대한 것이었다. 이웃 부족들이 와서 재산을 약탈하고 일꾼들을 모두 죽였다. 그리고 벼락이 떨어져 양 떼와 일꾼들이 모두 죽게 했다. 그리고 두 번째 시험으로 집을 무너뜨려 자녀들을 모두 죽였다. 이런 일을 당하자, 욥은 회개의 표시로 겉옷을 찢고 머리를 깎았고 기도했다. “알몸으로 어머니 배에서 태어난 이 몸 알몸으로 그리 돌아가리라. 주님께서 주셨다가 주님께서 가져가시니 주님의 이름은 찬미받으소서.”(욥 1,21)

사탄은 욥이 시험에 넘어가지 않자, 욥이 머리에서 발바닥까지 심한 부스럼이 나는 병을 앓게 했다. 욥은 잿더미에 앉아 깨진 질그릇 조각으로 몸을 긁었다. 그 모습이 너무 비참해 아내는 하느님을 저주하고 죽으라고 한다. 그러자 욥은 아내에게 우리가 하느님께 좋은 것을 받았다면 나쁜 것도 받아야 한다고 이른다. 욥은 이어지는 고통의 삶 속에서 한때는 흔들리기도 했지만, 인생의 신비를 깨닫고 회개했다.

욥은 고통을 통해 인생의 허무와 인간의 무지를 철저히 깨닫는다. 욥은 회개를 통해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갈 수 있었다. 우리도 살다 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을 많이 겪게 된다. 그럴 때 단념하고 포기한다면 모든 것은 끝이다. 욥의 이야기를 통해 고통의 문제 해결과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 어디에 있는지 잘 깨달아야 한다. ‘가시에 찔리지 않고 장미꽃을 모을 수 없다’는 외국 격언처럼 고통은 인생에서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시인 괴테는 “고난이 있을 때마다 그것이 참된 인간이 되어 가는 과정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인생에서 고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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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