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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성스러운 땅 죽산성지를 걸으며

성슬기
입력일 2024-06-07 수정일 2024-06-11 발행일 2024-06-16 제 3397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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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산성지 순교자 묘역. 독자 제공

대전교구 당진본당 늘푸른 어르신 성서대학 40여 명은 지난 5월 16일 죽산성지를 다녀왔다. 떠나기 전 주임 김경식(미카엘) 신부님은 버스에 올라 인사 말씀에 이어 강복을 주셨다.

2시간여를 달려가니 ‘죽산성지’라 새겨진 큰 돌이 보인다. 이곳에서부터 800여 미터를 가니 성스러운 땅 죽산성지에 이르렀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두 팔 벌린 예수성심상이 순례자들을 맞이한다. 성역(聖域)이라는 현판이 걸린 높다란 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왼쪽에 큰 석판이 놓여 있다. 그곳에는 이정윤(베드로) 몬시뇰의 글이 새겨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

오전 11시 정각에 미사를 봉헌했다. 성지 전담 이해윤(루도비코) 신부님은 강론을 통해 “죽산성지는 천주교의 4대 박해 중 하나인 1866년 병인박해 때 수많은 순교자들이 주님을 증거하며 생명을 봉헌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치명일기」와 「증언록」에 그 이름이 밝혀진 순교자만 해도 24명이나 된다”며 “이렇게 밝혀진 순교자 외에도 수많은 무명의 순교자들이 현 ‘죽산성지’인 사형장으로 끌려가 순교의 피를 흘렸던 곳이며, 오늘을 사는 교우들에게 죽어야 산다는 십자가의 교훈을 일깨워 준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처럼 주님의 아픈 사랑의 형장인 이곳은 꽃이 지지 않는 성지이며, 겨울에는 푸른 소나무가 꽃을 대신한다”고 덧붙였다.

성지에서 마련해준 점심을 맛있게 먹은 후 푸른 잔디밭이 널따랗게 펼쳐진 성지광장에 갔다. 광장 양 옆으로 장미 터널이 반원 모양으로 감싸고 있었다. 장미 터널 곁에 놓인 묵주기도의 길을 걸으며 묵주알을 일일이 짚어가며 묵주기도를 바쳤다. 순교자 24위가 잠들어 있는 ‘성모 신심의 길’ 끝에 놓인 피에타상을 지나면 ‘순교 신심의 길’이 이어진다. 한 가운데에는 큰 둥근 봉분의 ‘무명 순교자 묘’가 자리하고 있어 숙연함을 더한다. 순례자들은 현양탑에 봉헌초를 봉헌한 후 십자가의 길에 들어섰다. 14처 길을 걸으면서 순교자들이 하루빨리 성인 반열에 오르기를 기원했다.

순례자들은 푸른 광장에 모여 각종 게임과 오락 등으로 흥을 돋우었으며, 삼삼오오 나뉘어 기념사진을 찍으며 하며 모두가 한마음이 됐다. 본당 수녀님께서도 함께하시어 기도해 주셨고 함께 어울려 주셨다.

이날 학장님을 비롯해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봉사로 뜻깊은 하루가 됐다.

글 _ 김윤구(미카엘·대전교구 당진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