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홍콩교구장 초우 사오얀 추기경, 톈안먼 사태 35주년 맞아 ‘용서’ 강조

박지순
입력일 2024-06-10 수정일 2024-06-12 발행일 2024-06-16 제 3397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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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교구 주간지 ‘선데이 이그재미너’에 ‘반성(Reflection)’ 발표
“아픈 상처 계속 치유해 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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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교구장 초우사오얀 추기경. 초우 추기경은 5월 30일 발표한 ‘반성’에서 ‘톈안먼 사태’ 35주년을 맞아 용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UCAN] 홍콩교구장 초우 사오얀 추기경이 ‘톈안먼 사태’ 35주년을 전 세계가 추모하는 가운데 용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초우 추기경은 5월 30일 홍콩교구 주간지인 ‘선데이 이그재미너’(Sunday Examiner)에 발표한 ‘반성’(Reflection)에서 “35년 전에 발생한 사건은 묻히고 흉터가 남은 채로 우리 정신의 한 부분에 깊은 상처를 남겨 놓았다”고 말했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중국 학생들이 중심이 돼 베이징 톈안먼 광장 일대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다 군대의 무력 진압에 의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사망자 수에 대해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 최소 수백 명에서 최대 수천 명으로 추산되며, 1만 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989년 반정부 시위는 4월부터 확산되기 시작해 중국 전역 400개 도시로 퍼져 나갔다.

톈안먼 사태 발생 후 홍콩교구 신자들은 매년 6월 4일에 미사를 봉헌하고 기도회를 열어 왔고, 빅토리아공원에서 촛불 추모제도 개최해 왔다. 그러나 중국이 국가보안법을 근거로 톈안먼 사태 추모 행사를 금지하면서 2021년부터는 홍콩교구에서 추모 행사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6월 3일에는 행위 예술가인 산무천씨가 공개된 장소에서 사람들에게 톈안먼 사태를 상기시기키 위해 ‘6월 4일’ 날짜를 쓰는 퍼포먼스를 하려 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의해 감금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초우 추기경은 ‘반성’에서 ‘톈안먼 사태’나 ‘1989년 6월 4일’ 등 톈안먼 사태를 직간접으로 알게 하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다시 그 해, 그 시간에 가까이 왔다”며 “중국 수도에서 35년 전에 발생했던, 생명을 앗아가는 사건 속에 공존하면서 슬픔과 아울러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이 정리되기를 많은 사람이 원하고 있을지라도 여전히 여러 측면에서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있다”면서 “이 사건은 치료를 요구하는 아픈 상처이기 때문에 우리는 기다려서는 안 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초우 추기경은 “나는 그날 밤과 이어지는 몇 주 동안 보고 깊이 느낀 것들을 잊을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럼에도 나의 신앙은 누구든지, 무엇이든지 용서하라고 나를 재촉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하느님은 꼭 회개해야만 용서하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도 먼저 용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