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역 내 은둔형 외톨이라 불리는, 부적응 청소년을 만났다. 현재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에 관한 공식적인 자료는 없지만, 우리나라에도 은둔형 외톨이가 10만 명에 이른다는 KBS의 보도가 있었으며, 실제 학업중단 청소년의 15% 정도가 은둔형 외톨이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은둔 유경험자 중에서 약 40%가 ‘청소년기’에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는 수치를 통해(광주광역시, 2020) 잠재적인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은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 주변에도 일상생활에서 의욕을 잃거나 때로는 사회생활을 단념한 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다. 청소년 중에서도 실제 위기 상황처럼 보이지 않았음에도 개인 상담 등을 통해 다양한 어려움(학교 폭력, 따돌림, 보호체계의 이상 및 부재 등)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은 대인관계에 대한 두려움이나 기피 현상을 보이며, 심할 경우 연락이 두절되거나 회피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분명한 이유 없이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타인과 대화도 꺼리며, 인간관계는 점점 줄어들고 이것이 반복되면 결국은 학업중단이나, 고립을 선택하는 등의 단계까지 이른다. 청소년기가 성인기에 요구되는 다양한 관계훈련을 하는 시기인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세상, 그리고 나를 마주하기에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이들이다.
그래서 은둔형 외톨이들에 대한 지원이 간절하다. 보건복지부가 고립·은둔 청년 88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실태 조사 내용 중 유의미한 것은 고립·은둔 청년 및 청소년 대다수는 ‘탈고립’ 의사를 뚜렷하게 드러냈으며, 적극적인 탈고립 시도를 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탈고립 시도 이후 다시 고립되는 비율은 45.6%다. 그 이유는 ‘돈과 시간이 부족해서’, ‘힘들고 지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가 가장 많았으며, 탈고립을 시도하지 않은 응답자 중에서는 ‘정보가 없어서’의 이유가 가장 많았다.
청소년기는 아동기 부모와의 의존관계에서 벗어나 보다 동등하고 상호적인 친구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여러 가지 삶의 방식을 배우는 시기다. 특히 다양한 측면에서, 급격하게 많은 변화를 겪으며 성장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당면하는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도움이 필요하다. 따라서 청소년기의 또래 관계와 사회적 관계, 경험은 앞으로 건전한 성인으로 성장하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은둔형 외톨이의 징후를 보이는 청소년을 초기에 발굴 및 개입했을 때 은둔의 장기화를 막고 성공적인 사회 복귀가 가능하지 않을까? 다행인 것은, 최근 정부는 위기 청소년 지원사업의 대상에 은둔형 청소년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청소년복지 지원법 시행령을 개정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결심을 하고 나면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감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클 것이다. 이와 같은 불안감을 긍정적인 경험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안전한 지지체계와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 프로그램은 가장 필요하다.
은둔형 외톨이의 발생은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기 어려운 사회적, 환경적 원인에 의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은둔 생활을 하는 이들, 은둔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한 이들을 조기에 발견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신앙인과 사회의 의무일 것이다. 우리 주위를 살펴 혹시라도 가까이에 있는 은둔 청소년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 되겠다.
글 _ 강성숙 레지나 수녀(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