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시니어가 아닌 주는 시니어’로 변하는 노인사목
집회서에는 노인들을 “노인들의 지혜와 존경받는 사람들의 지성과 의견은 얼마나 좋은가! 풍부한 경험은 노인들의 화관이고 그들의 자랑거리는 주님을 경외함이다”(25,5-6)라고 설명한다. 지혜와 경험이 있는 노인의 모습은 탈출기에도 등장한다.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민족 해방자로 사명을 받은 나이는 80세. 육체적인 쇠퇴로 돌봄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노인들에게서 젊은이들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복음은 전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65세 이상 신자가 26.1%에 달한다. 초고령공동체가 된 한국교회에서 노인사목은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어떤 노인사목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받는 시니어에서 주는 시니어로’ 변하고 있는 노인사목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전례 안에서 음악으로 복음의 기쁨을 전하고 싶은 마음은 나이와 상관없다. 하지만 ‘나이’라는 편견 때문에 기쁨의 순간에서 물러났던 노인들이 ‘시니어 합창단’으로 다시 목소리를 찾았다. 2009년 창단한 서울대교구 ‘오라시오 합창단’을 시작으로 청주교구 ‘가톨릭 시니어 합창단’, 수원교구 ‘베아띠’ 등이 교회 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각 본당 성가대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을 갖췄지만, 나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젊은 단원들에게 자리를 내준 60~80대 시니어들이 모인 합창단의 소리는 연륜이 더해져 안정감과 깊이가 있다.
노래뿐 아니라 악기연주로 선교에 기여하며 노익장을 과시하는 단체도 있다. 대구대교구 영천본당 자천공소의 샛별밴드 단원의 평균나이는 70세. 사람들이 점점 떠나는 공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 밴드를 만들었고 지역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노인들이 젊은이들에게 신앙을 전하는 활동도 몇몇 교구와 본당에서 시도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사목국 노인사목팀은 가톨릭조부모 신앙학교를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손자녀를 둔 50세 이상 조부모를 대상으로 가톨릭 신앙을 올바르게 전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울러 서울대교구 노인사목팀은 조부모들이 손자녀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신앙을 전할 수 있도록 돕는 책 「할머니 할아버지가 전해주는 예수님 이야기」 1, 2편도 발간했다.
대전교구 노인사목부는 지난해 10월 제1차 ‘이야기 할머니+할아버지’ 단원을 모집했다. 할머니 무릎에 누워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동심을 키웠던 기억을 떠올려 할머니, 할아버지가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신앙 이야기를 해주는 자리를 마련코자 한 것이다. 수원교구 죽전1동본당에서도 지난 2022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맞아 ‘할머니, 할아버지를 통해 전수되는 신앙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의 신앙 경험을 아이들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성경 구절을 읽어주고 삶에서 느낀 짧은 묵상을 나누는 자리에 함께한 어린이는 “할머니가 들려주신 성경 이야기가 더 재미있고 교리 선생님이 들려주실 때 보다 귀에 잘 들어왔다”고 말했다. 당시 낭독에 참여한 김정희(가타리나·80) 씨는 “어린이를 위해 봉사할 기회가 생겨 선물을 받은 듯 감사하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