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발 마사지 외에 침상 목욕 환우가 몇 분 계시니 신경 더 써주시고, 면도도 원하시면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수녀님의 병실별, 환우별 지시 사항을 메모하고 파견기도를 바친 다음 병실로 향합니다. 밤새 고통과 불면으로 잠을 못 주무신 환우와 보호자가 지친 모습으로 눈에 들어옵니다. 안타깝고 측은한 마음으로 살며시 말을 건넵니다. 손과 발을 먼저 만지며 서로의 따스한 체온을 교감하면서 필요한 것을 여쭤봅니다.
“오랫동안 목욕을 못 해서 몸과 머리가 가려워요.”
따뜻한 수건으로 온몸을 닦아드리고 머리도 전용 세정제로 감겨드립니다. 새 환자복으로 갈아입혀 드리고 면도도 깔끔하게 해드린 후 부드러운 오일로 발 마사지를 하며 마무리 케어를 해드립니다. 그리고 기도와 성가를 불러드린 다음 다른 병실로 향합니다.
저는 제 아내와 성모병원 호스피스 완화센터에서 매주 토요일 환우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2012년에 호스피스 봉사회에 입회하여 그동안 많은 환우의 아픔과 죽음의 시간을 함께해 왔습니다.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환우들의 몸을 닦아드리고 마사지도 하며 기도와 성가로 작게나마 위로드릴 수 있는 시간은 정말 큰 은총인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냉담했던 환우와 가족이 성사를 청하고, 또 저희 봉사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대세를 요청할 때면 정말 큰 보람을 느끼며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임종을 앞둔 이분들을 통하여 저희 봉사자들은 하느님의 크신 사랑에 더욱 감사한 마음입니다. 봉사자들은 함께 기도하고 희생의 소중함을 느끼며 서로의 신뢰와 친교를 더욱 돈독히 하고 있습니다. 호스피스 환우 돌봄을 통해 봉사와 감사로 우리의 삶을 채찍질하고 더욱 주님의 부르심에 충실해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호스피스 봉사는 정말 큰 은혜이고 선물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봉사자들이 영적으로 더 정화되고 내면이 치유되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래서 삶에 더 감사하게 됩니다. 아픔 속에 있는 그분들의 몸을 예수님 몸처럼 닦고 문지르며 가족들과 남은 시간을 더 잘 보낼 수 있도록 인도하면서 영원한 하늘나라를 이야기해 드립니다.
저희는 일주일 동안 살아온 삶을 뒤돌아보며 생명이라는 그 숭고한 가치와 사랑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큰 축복의 시간에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저희는 이 은혜로운 봉사만큼은 기력이 다하는 날까지 꼭 하고 싶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마지막 삶을 준비하는 환우들과 매주 함께할 수 있는 이 시간은 하느님의 특별한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 부부는 본당 성령기도회에서 오랫동안 봉사를 해오며 찬양팀을 만들어 사회복지시설에서 찬양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양로원인데 외롭고 쓸쓸하게 여생을 보내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생활 성가로만 음악을 준비해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함께 손뼉 치고 어깨를 들썩이며 환하게 웃으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찬양 안에서 예수님의 손길이 어르신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심을 느낍니다. 저희의 찬양을 정말 좋아해 주시고 늘 기다려 주셔서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조금이나마 위안과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힘차게 더 열정을 다해 찬양 봉사를 해드리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과 찬양 안에서 하나가 되는 시간은 하느님의 영이 우리와 함께함을 느끼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고맙다며 손을 잡아주시거나 뒷정리를 도와주시고 저희 찬양팀을 위해 늘 기도 해주신다는 말씀에 큰 힘을 얻으며 더 열심히 봉사해야겠다는 각오를 새깁니다. 양로원 찬양 봉사를 통해 저희 부부의 마음이 정화되어 새로워지고, 오히려 저희가 새 힘을 충전하고 돌아오는 것 같아 하느님께 항상 감사드리고 행복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두려워하지 마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에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마태 28,10)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아프고 외롭고 가난한 이웃이 저의 갈릴래아고, 그들 안에서 예수님을 뵙고 있다고 믿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삶 안에서 그리고 봉사직 안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내 영혼의 갈릴래아는 지금 여기에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래서 더 기쁘고 감사합니다.
“주님, 부족한 저희의 삶을 통하여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아멘!”
글 _ 박기석 시몬(대구대교구 포항 장량본당)
박정연 기자 vividcecil@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