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공동기획]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와 공동기획으로 사형제도에 대한 Q&A를 10회에 걸쳐 연재, 그리스도인답게 세상을 보는 시각을 톺아봅니다.
Q5. 미국과 일본 같은 선진국도 사형집행하잖아요. 우리나라가 집행하지 않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와 동떨어진 것 아닌가요?
A. 국제앰네스티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제 폐지국은 112개국이며 법적 또는 실질적으로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는 144개국입니다. 이로써 사형집행국가는 2022년 20개국에서 2023년 16개국으로 줄어들었습니다. 2023년, 아시아에서 사형이 집행된 국가는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중국, 북한, 싱가포르, 베트남 등 7개 나라로 조사됐습니다. 전년 대비 2개 나라가 줄어들었습니다. 일본은 사형제도가 유지되고 있지만 2023년에는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0년간 국제앰네스티가 집계한 사형 집행 건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실제 사형 집행 건수는 국가기밀로 분류돼 확인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도 15년 연속으로 미주 지역에서 유일한 사형 집행 국가로 꼽힙니다. 미국의 사형 집행은 2022년 18건에서 2023년 24건으로 33% 증가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 사형이 집행되고 있지만 사형집행 국가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사형제도에 대한 전 세계적 추세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오랫동안 사형을 인권 문제로 인식해 왔으며 사형의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고 유엔 회원국들에게 이를 국가 입법에서 삭제하도록 촉구해 왔습니다. 유엔 인권 이사회와 그 전임 위원회는 모두 사형 사용의 점진적인 제한에 기여했으며 유엔 회원국들에게 폐지를 촉구했습니다.
유럽연합은 제1·2차 세계대전의 그림자를 기억하며 기본권 헌장에 사형제 폐지를 포함시켰습니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인명 손실과 인권 침해를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에 삶에 대한 기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실현하는 인권 중심 접근법을 포함시키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아이티, 캄보디아, 르완다, 동티모르 같은 국가의 경우 반인류적 범죄와 재난을 겪으며 고통을 종식시켜야 함을 절감했습니다. 그렇게 들어선 새 정부는 사형제가 설 곳이 없는 새로운 법치 체제로의 이행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며 사형제를 폐지했습니다. 이밖에도 말레이시아는 모든 범죄에 대해서 사형 선고 의무제를 폐지하고 사형 선고 범죄 유형을 줄였습니다. 파키스탄은 마약 관련 범죄에 대한 사형을 폐지했고 스리랑카 정부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처럼 여러 국가들의 사형제 폐지 경로는 각각 다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형제가 범죄 억지력이 없으며 무고한 생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두려움, 그리고 많은 경우 전제주의, 잔인한 과거의 유산이자 기억으로써 사형제를 철폐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