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공동기획]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와 공동기획으로 사형제도에 대한 Q&A를 10회에 걸쳐 연재, 그리스도인답게 세상을 보는 시각을 톺아봅니다.
Q7. 엄청난 범죄를 저질렀을 때 사형이라는 최고형을 내리는 것인데, 사형제를 폐지하면 그에 맞는 처벌이 무엇이 있을까요? 사람 목숨을 빼앗는 형벌만큼 강력한 벌이 있을 수 있을까요? 사형제를 대체하는 형벌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사형이 집행돼 교수형으로 사형수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시적입니다. 사형수들은 오히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감옥생활보다 빨리 집행돼 죽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형을 대체할 형벌의 경우, 종신형이 언급됩니다.
종신형은 절대적 종신형과 상대적 종신형이 있습니다. 절대적 종신형은 가석방의 가능성 없이 수형자가 자연사할 때까지 자유를 박탈하는 형벌입니다. 수형자를 영구히 사회로부터 격리한다는 점에서는 사형과 다를 바가 없으나 국가에 의한 제도적 살인을 피하고 사형과는 달리 오심의 불가역성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사형보다 나은 제도로 평가받습니다.
다만 형사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수형자의 개선과는 무관하게 그를 자연사할 때까지 수감하므로 수형자의 생을 종식시키는 방법과 시기만을 달리할 뿐 사형과 마찬가지로 끔찍한 형벌입니다. 아울러 가석방이 없는 절대적 종신형의 경우에 사형과 마찬가지로 인권에 대한 문제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다른 대체 형벌은 상대적 종신형입니다. 절대적 종신형의 위헌소지 때문에 사형을 대체할 수 있는 형벌로는 가석방이 허용되는 종신형이 법리적으로 가장 이상적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상대적 종신형에서 가석방의 구체적 조건, 특히 가석방이 가능한 최소복역 기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제안이 있습니다.
경희대 법대 주호노 교수의 「사형제도의 폐지와 그 대안에 대한 소고」에 따르면 ‘최소복역 기간을 20년으로 설정하거나, 가중된 무기형이 상대적 종신형으로 타당하므로 최소복역 기간을 25년으로 해야 한다’, ‘무기형에서는 20년이 지나야 가석방할 수 있고(형법 제72조 제1항) 유기형이 최고 30년인 점을 감안할 때 최소 30년의 복역기간이 지나야 가석방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의견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사형제 폐지에 부정적인 국민의 정서, 피해자의 응보감정 등을 고려할 때 상대적 종신형이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으려면 가석방의 조건으로 피해자의 동의와 종신형 수형자가 복역기간 중 20년 이상을 교도작업에 참가해 받은 작업상여금 중 상당금액을 피해자에게 지급할 것을 가석방의 조건으로 추가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습니다. 무기징역도 상대적 종신형과 사실상 같은 개념입니다. 무기징역의 경우 25년 복역한다면 가석방을 신청해 심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극형의 상징으로 순화된 사형제의 기능은 종신형으로 대체가능합니다.
사형이 확정된 수형자에 대한 사형을 사실상 영구히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내일의 희망도 없이 살아가도록 하는 것보다는 가석방의 희망을 품고 도덕적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범죄인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사회를 위해 보다 나은 길이 될 수 있습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