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순례 (상) 로마에서 ‘일치’를 만나다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공동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김종생 목사, 이하 신앙과직제)는 11월 25일부터 12월 3일까지 로마 교황청, 스위스 제네바 세계교회협의회, 튀르키예 이스탄불 콘스탄티노플 세계총대주교청 등지에서 ‘생명과 평화의 길,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순례’(이하 일치순례)를 진행했다. 순례 여정을 3회에 걸쳐 전한다.
■ 일치를 위한 순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내전, 한반도의 긴장상황, 정치경제의 양극화, 기후위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통에 신음하는 현시대에 한국의, 그리고 세계의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길을 걸어야 할 것인가. 같은 하느님을, 같은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인들이 이를 위해 어떻게 일치해, 힘을 모아야 할까.
이번 일치순례는 국내 그리스도인들의 일치운동을 위해 구성된 신앙과직제 설립 10주년을 맞아 특별히 다양한 고통을 겪는 이 시대를 묵상하며 ‘화합과 공존을 위한 그리스도인 일치 순례와 토론회’로 마련됐다. 한국의, 그리고 세계의 그리스도인들의 일치와 연대로 평화를 가꿔나가는 길을 꿈꾸며 국내 여러 그리스도교 교단이 뜻을 모은 순례다.
국내 여러 그리스도교 교단은 신앙과직제가 창립되기 전인 2006년부터 일치순례를 추진, 그리스도교의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류 공동의 과제에 관해 세계의 그리스도인들과 토론하고 연대하는 다양한 순례를 진행해 왔다. 이번 일치순례는 그 5번째 여정이다.
■ 가톨릭교회와 일치하며
순례단은 그 첫 번째 목적지로 로마를 향했다. 그중에서도 가톨릭교회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부(이하 일치촉진부)를 찾아 ‘일치 화합의 의미와 위기 시대 교회의 사회적 과제’를 함께 고민했다.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기점으로 다른 그리스도교인들을 ‘갈라진 형제’라고 부르며 본격적인 일치운동을 시작했다. 가톨릭교회는 다른 그리스도교인들을 공의회 참관인으로 초청했고,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사무국을 설치했다. 이 사무국은 공의회 회기를 거듭하면서 중요한 기구가 됐고, 현재 일치촉진부로 발전했다.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 설립 10주년 기념
화합·공존 위한 순례와 토론회 가져
베드로·바오로 사도 발자취 함께 걷고
프란치스코 교황 알현해 평화 염원 전달
11월 26일 교황청 성직자부 회의실에서 마련된 간담회에는 일치촉진부 차관 플라비오 파체 대주교가 순례단을 맞았다. 파체 대주교와 순례단은 먼저 성경을 봉독하고 함께 묵상하며 일치의 의미를 찾고, 그리스도인들이 일치를 통해 함께 기도하고 행동해야 할 평화의 문제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파체 대주교는 “예수님께서 ‘모두가 하나 되게 하소서’라고 일치를 위해 기도하셨다는 것은 그분의 제자인 우리도 일치를 위한 기도를 계속해야 하고, 이것은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소명이자 사명”이라면서 “일치 여정과 경청의 나눔 안에서 항상 우리가 일치를 향해 함께 나아가고 서로 다른 다양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그 은총을 성령께 청하자”고 초대했다.
또한 “여러 교단의 그리스도인들이 일치하는 활동을 한국 순례단을 통해 볼 수 있어 기쁘고 한국에서 이렇게 일치의 여정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그 여정에 함께할 수 있어 깊이 감사드린다”고 순례단에게 인사했다.
■ 사도들의 발자취를 통해 평화를 향해
로마를 방문한 순례단은 특별히 베드로 사도가 순교하고 묻힌 성 베드로 대성당, 바오로 사도가 순교한 트레 폰타네와 그 무덤이 있는 성 바오로 대성당을 순례했다. 순례단은 모든 그리스도교가 갈라지기 전, 초대교회를 이끈 두 사도의 발자취를 따라 걷고 기도하며, 그리스도인들이 일치를 통해 추구해야 할 평화에 관해 묵상하는 시간을 보냈다.
순례단의 여정은 초대 교회를 이끈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의 길에서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서 베드로 사도의 자리를 잇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27일 성 베드로 대성당 광장에서 열린 일반알현 중 순례단을 특별 초대해 일치를 위한 순례단의 여정을 격려하고 깊은 감사를 표했다.
순례단은 이 만남 중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세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그중에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와 특별한 동행을 요청하는 서한을 전했다.
순례단은 교황에게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임을 고백하는 우리는 특별히 6·25전쟁의 비극을 경험한 우리는 지금의 북·중·러 - 한·미·일 사이의 긴장 고조가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대되지 않고, 한반도에 평화 체제가 정착되기를 간구하고 있다”면서 “이 뜻깊은 모임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디딤돌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순례단은 교황에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 ▲적절한 때에 평양을 방문을 통한 남북관계의 평화적 중재를 요청했다.
◆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는
신앙과직제는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2014년 5월 창립, 여러 그리스도교 사이에 신앙적 친교를 이루고, 공동선을 지향하는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신앙과직제는 현재 천주교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원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구세군한국군국, 한국정교회,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성공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기독교한국루터회)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