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7년 반 동안 순례…여행 선물이라 생각하고 동행
“하느님은 성지순례를 도장찍기에서만 끝나지 않게 해주세요. 가다 보면 십자가의 길도 한 번 돌게 되고, 성체조배도 하면서 신앙을 키워나가게 되죠.”
2016년 6월 6일부터 2023년 12월 14일까지, 장장 7년 반 동안 전국 성지를 모두 순례한 뒤 완주 축복장을 받은 모자(母子)가 있다. 두 사람 모두 직장생활을 하는 중에도 휴일과 주말을 이용해 순례했기에 더욱 값진 시간이었다.
어머니 김민주(마리아·제1대리구 정자동주교좌본당) 씨는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를 둔 게 아니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 갔다가 우연히 성지순례 도장을 찍는 분들을 접한 뒤 시작했다”고 말했다.
MZ세대인 아들 연해성(이레네오) 씨도 “어머니께 드리는 여행 선물이라고 여기며 동행했는데 결국 신앙적으로도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었다”며 “너무 아름다워 일 년에 한두 번 따로 가는 대전교구 공세리성당 같은 곳처럼 하나의 문화 체험으로서 접근이 용이한 곳부터 시작하면 좋다”고 귀띔했다.
짧지 않은 기간, 두 사람이 팀으로 다니다 보니 좌충우돌도 많았다. 코스의 우선순위를 두고 다투거나 장시간 순례로 인한 시장기로 힘들었던 적도 있고 성지에 지갑을 두고 오기도 했다. 또한 김 씨는 제주 추자도를 다녀와서 엄지발가락 발톱이 모두 빠졌다고. 코로나19 때는 힘들게 찾아간 성지가 문을 닫아 허탕을 친 적도 많았다.
이에 두 사람은 “다니다 보면 처음 계획이 틀어지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럴 때마다 실망하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온 김에 주변 맛집도 한 번 더 들르네’, ‘다음엔 다른 계절의 모습을 볼 수 있겠네’라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여기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성지로는 “어머니 정난주를 그리워했을 마음에 가슴이 먹먹해졌다”는 제주 추자도의 황경한 묘를, 힘들었던 성지로는 왕복 경사로 6.4km의 울산 죽림굴을 꼽았다. 김 씨는 “아들이 순례 때 ‘여기에도 들어가 보자’, ‘설명문도 읽어 보자’며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끌어줬다”며 “우리 모습을 본 한 어머니가 자신도 아들과 전국 성지순례를 완주하는 목표가 생겼다고 전해줘 뿌듯했다”고 밝혔다.
성지순례 때문에 연애할 시간도 부족하다는 연 씨는 웃으며 마지막 인사를 덧붙였다.
“이제 엄마는 자꾸 해외 성지순례를 가자고 하시네요. 성지순례를 종교적으로 무겁게 접근하기보다 가볍게 다니다 보면 성지에서 한 글자라도 더 알게 되고, 그만큼 신앙적으로도 성숙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시면 좋겠어요.”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