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칼럼] 급속하게 악화하는 가톨릭교회와 유다인의 갈등

최용택
입력일 2025-01-15 17:18:41 수정일 2025-01-20 16:13:25 발행일 2025-01-26 제 3427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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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과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티냐후 총리가 2013년 12월 2일 교황청에서 만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CNS

최근 가톨릭/유다인 관계에서 갈등의 징후가 너무나 명확하고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열흘 동안 이 점을 보여주는 여섯 가지 사례가 있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이스라엘의 기데온 사아르 외무장관은 주이스라엘 교황대사인 아돌포 티토 일라냐 대주교를 소환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자지구와 관련하여 한 발언에 대해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12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연설 중 즉흥적으로 “공습으로 인해 아이들이 사망한 것은 전쟁이 아니라 잔혹 행위”라고 언급했다. 이는 이스라엘 국방군(IDF)이 고의로 아이들을 표적으로 삼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보도에 따르면, 사아르 장관은 일라냐 대주교를 통해 교황을 ‘질책’하지는 않았지만, ‘강한 불쾌감’을 표명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의 아미차이 칙클리 재외동포부 장관은 유다 디아스포라 주간을 기념하는 의회 연설에서 교황청이 “현대적 피의 비방”을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는 중세 유럽에서 유다인이 그리스도교 아이들을 살해하고 그 피를 종교 의식에 사용한다고 허위로 비난했던 ‘피의 비방’을 언급한 것이다. 칙클리 장관은 “홀로코스트 동안 침묵했던 기관의 지도자인 교황이 이제 유다 국가에 대해 현대적 피의 비방을 조장하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일주일 후, 새해 전날인 12월 31일, 미국 유다인 단체 지도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낸 서한에서 그의 가자지구 관련 발언을 “선동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전쟁을 “정당한 군사 작전”으로 옹호하며, “전 세계 반유다주의가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한 가운데, 미국 유다인 사회는 교황께서 선동적 발언을 삼가고 우리 두 민족 간의 다리를 건설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라고 전했다.

새해 첫날에는 ‘유다인 뉴스 신디케이트’가 ‘프란치스코 교황과 이스라엘, 그리고 교황청의 역사적 위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서는 교황의 가자지구 발언을 비판하며, “이중잣대”를 적용한다고 주장했다.

1월 3일 이탈리아의 문화 단체 ‘세떼오토브레’(10월 7일)는 2024년에 이탈리아 소셜 미디어에서 26만8320개의 반유다주의 게시물이 게시되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탈리아 유다인 중 94%가 지난 한 해 동안 반유다주의적 행동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일부 유다 지도자들은 가자지구에 대한 교황의 발언이 새로운 반유다주의 발발에 대해 교회가 방화벽 역할을 하는 능력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란 종교학대학교 설립자인 나밥 세예드 아볼하산을 만났는데, 이란 관영 언론은 교황이 이날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교황은 “우리는 유다인과 문제가 없다”면서 “우리의 문제는 국제법과 인권을 무시하고 지역 및 세계에 위기를 초래한 베냐민 네타냐후에 있다”고 말했다.

요약하자면, 가톨릭·유다인 관계에서 지난 열흘 동안 여섯 차례의 갈등이 발생했으며, 이는 평균적으로 1.7일마다 한 번씩 발생한 셈이다. 이러한 비율이 2025년 내내 지속된다면 총 215건의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결국 논의할 ‘관계’ 자체가 남아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번 갈등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대부분이 그 자체로는 비교적 온건한 발언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다음은 12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자지구에 대해 즉흥적으로 했던 전체 발언이다.

“추기경님(추기경단장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께서 전쟁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어제 라틴 예루살렘 총대주교가 약속된 대로 가자지구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아이들이 폭격을 받았습니다. 이는 잔혹 행위입니다. 이것은 전쟁이 아닙니다. 저는 이것이 제 마음을 울렸기 때문에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언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기경님, 감사합니다!”

이 발언은 고작 영어로 55단어에 불과했다. 물론 교황은 이 발언에서 사실적 오류(총대주교에 관한)와 도발적인 표현(잔혹 행위) 하나를 포함했지만, 그 자체로는 이러한 격렬한 반응을 촉발할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자지구나 이스라엘에 대해 무엇을 말하거나 행동할 때마다 복리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유다인과 이스라엘 사람들은 새로운 발언을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그가 했던 모든 발언과 행동을 덧붙여 해석하며, 최신 발언이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교황청의 2025년 과제는 유다인 및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교황의 발언이 의도치 않게 과거의 무거운 메아리를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가 말한 내용 그대로 들리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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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존 알렌 주니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