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경 봉쇄 등 시행 전망…교황 “매우 치욕스러운 일” 이주민에 대한 포용·자비 강조
[외신종합]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0일 취임하면서 그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주민 추방 정책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이던 1월 초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는 첫 날에 100개 이상의 행정명령에 서명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시행했던 모든 정책을 시행 전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신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전임 대통령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일반적으로 있는 일이지만 환경 정책, 젠더 이슈와 더불어 수백만 명의 이주민 추방 공약 시행에 가장 큰 관심이 모아진다.
비자 등 합법적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서류를 갖추지 못한 외국인이 남부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전면적으로 통제하고 미국 내 불법체류자들을 추방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질 전망이다. 행정명령은 의회의 협력이 있을 때 발효될 수 있어 이주민 대규모 추방 공약은 시행 과정에서 법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일관되게 이주민에 대한 포용과 자비를 요청해 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1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이주민 추방 계획을 치욕스러운 일(a disgrace)이라고 비판했다. 교황은 주일 밤 이탈리아 TV 방송 ‘노베’(Nove)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주민 추방 정책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라며 “이주민을 추방하겠다는 계획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불명예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아무것도 갖지 못한 가난하고 비참한 이들에게 불평등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대가를 지불하라고 요구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미국 대선에 출마했을 때도 “미국 남부 국경을 넘는 이주민들을 막으려고 장벽을 설치할 생각만 하고 다리를 건설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그런 대선 후보는 그리스도교 신자가 아니다”라며 우회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주민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트 대통령의 이주민 추방 정책은 1월 20일 취임과 함께 시카고 지역의 추방 대상 이주민들을 대대적으로 검거하는 것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시카고대교구장 블레이스 수피치 추기경은 19일 “이주민 추방 정책은 심각하게 사회 불안을 야기한다”면서 “가톨릭 공동체는 이주민들과 빈민촌 거주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시카고 주민들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피치 추기경은 “이주민 추방 계획이 실제 시행된다면 우리는 합법적 서류를 갖추지 못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미국 시민들의 대규모 추방을 포함해 정부의 모든 이주민 추방 정책에 반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사려분별 없이 추진되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이주민 대규모 추방 정책은 모든 사람과 공동체의 존엄성을 모욕하는 것이고, 미국 역사가 쌓아 온 미국인이 되기 위한 유산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