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인물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사람 낚는 어부, 첫 번째로 부르심을 받은 제자들

최용택
입력일 2025-01-23 16:57:15 수정일 2025-02-03 11:45:36 발행일 2025-02-09 제 3428호 18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Second alt text
두치오 디 부온인세냐 <베드로와 안드레아를 부르시는 예수님>

성경에서 첫 번째로 제자들을 부르실 때 제자들의 직업은 어부(漁夫)였다. 성경에는 물고기가 나오는 대목이 많다. 구약성경에서 인간은 바다에 사는 물고기로 비유된다. 손으로 물건 만드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장인(匠人)처럼 어부의 사회적 지위는 전통적으로 매우 낮았다. 잡은 물고기들은 지금처럼 큰 것과 작은 것, 흔한 것과 희귀한 것, 깨끗한 것과 부정한 것 등을 구분하여 말리거나 소금에 절여 가공한 후 시장에 팔거나 외국에 수출했다.

예수님 시대의 모든 종류의 상업은 로마 제국의 엄격한 법률에 따라야 했다. 세금 징수자들은 잡힌 물고기를 보고 세금을 부과했다. 예수님 시대에 랍비나 레위인이나 제사장 중에도 어부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스라엘이 로마의 지배를 받던 시기에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물품 수요가 많아지면서 어부들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가 많이 변하게 되었다. 시대가 발전하면서 과거에 멸시받던 직업이 많은 이들이 원하는 직업으로 바뀌는 경우는 많다. 물고기는 유다인들의 주요한 음식물이었고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물고기는 부정한 것으로 여겨졌다.(레위 11,9-12 참조)

첫 번째로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던 제자들의 직업은 어부이다. 그 당시 일꾼들을 고용하고 있는 것을 보아 아주 가난하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마르 1,20-29 참조)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사람을 물고기에 비유하시면서 제자들을 부르셨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마태 4,19) 죄의 바다에서 사람을 낚는 것은 구원과 심판의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부르심은 성경에서 가장 일반화된 단어 중 하나로 많은 경우 하느님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신약에서 부르심이란 하느님으로부터 시작되어 성령을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믿음의 응답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말씀의 선포와 성령의 증언을 통해 죄인들을 회개시키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게 하는 목적을 지닌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특별히 물고기와 깊은 관계를 지닌다. 스승의 십자가형을 확인한 후 많은 제자들은 허탈하게 고향으로 돌아가 본래 직업인 어부로 활동했다. 물고기를 잡던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 말씀을 따라 그물을 던져 고기를 많이 잡은 후 주님을 비로소 알아보는 장면이 있다.(요한 21,6-7 참조) 초대교회에서 물고기는 구원을 가져오는 그리스도의 상징이었다.

오늘날 이 시간에 주님은 우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부르신다. 나는 매일 무엇을 낚고 있는가? 제자들은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배와 그물, 심지어 부모도 버리고 따랐다. 성경의 언급처럼 즉시 따랐을까? 주님의 말씀을 다 이해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따라나섰을까? 꼭 모두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고 많이 망설였으리라 추측해 본다. 또한 다른 개인적 욕심을 지니고 따른 이들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러나 주님의 부르심은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시간이 흐르며 완성으로 다가간다.

Second alt text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