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란지스 추기경, ‘스리랑카 화합과 일치’ 호소

박지순
입력일 2025-02-05 13:59:45 수정일 2025-02-05 16:30:10 발행일 2025-02-16 제 3429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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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2009년 내전 이후 정치적 분열 지속…“남·북부 지역 오랜 갈등 치유되길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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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가톨릭교회 최고 지도자인 콜롬보대교구장 말콤 란지스 추기경은 2월 1일 스리랑카 정치인들에게 화합과 일치를 호소했다. CNS

[UCAN] 스리랑카 가톨릭교회 최고 지도자인 콜롬보대교구장 말콤 란지스 추기경이 반목과 갈등, 대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스리랑카 정치인들에게 “상호 연민과 화합의 정치를 해 달라”고 호소했다.

란지스 추기경은 2월 1일 니타부와시 칼라게디헤나에 위치한 새 성당 봉헌식을 주례하는 자리에서 “스리랑카는 분노와 증오로 촉발된 오랜 내전을 겪었지만 지금은 서로를 사랑할 때”라며 “정치인들은 이제는 국민들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란지스 추기경이 말한 ‘내전’은 정부군과 스리랑카 북부 타밀족을 기반으로 한 반군 사이에서 1983년부터 2009년까지 이어졌던 전쟁을 말한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스리랑카는 남부를 기반으로 하는 다수의 싱할라족과 북부를 기반으로 하는 소수의 타밀족으로 분열돼 인종 갈등을 겪었고, 26년 동안 내전까지 벌였다.

이 내전에서 10만 명 이상이 숨졌으며, 가톨릭 사제도 최소 10명이 사망했다. 내전 기간 스리랑카 국민들은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했고,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불안정이 심화됐다.

란지스 추기경이 2009년에 끝난 내전을 언급한 이유는 내전 이후에도 스리랑카는 정치적 분열과 혼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리랑카 남부와 북부 사이에는 뿌리 깊은 반목이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국민 화합을 기치로 대선에 출마해 좌파 진영 정치인으로서는 스리랑카 역사에서 처음으로 대선에서 승리했다.

디사나야케 대통령이 2024년 9월 23일 취임하고 바로 다음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는 대선 공약대로 의회를 해산한 뒤 같은 해 11월 14일 총선을 치렀다. 총선에서는 여당인 민족의 힘(National People’s Power)을 주축으로 한 좌파 동맹이 전체 의석(225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해 압승하며 스리랑카가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는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디사나야케 대통령이 과거 스리랑카 내전에서 북부 타밀 반군의 거점 도시였던 자프나에 1월 31일 방문해 남북이 화합해야 한다는 강렬한 희망을 표현하자 국민들도 스리랑카에 평화와 일치가 찾아올 것이라는 긍정적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란지스 추기경은 “스리랑카 정치인들은 디사나야케 대통령이 국가의 오랜 상처를 치유하고자 국민 전체를 통합해 하나의 힘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본받아야 한다”며 “우리는 자프나 주민들이 디사나야케 대통령을 따뜻하게 환대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밝혔다. 란지스 추기경은 디사나야케 대통령이 당선되기 이전부터 국민 통합과 민주주의 정착, 부패 척결을 보증할 새 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