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의 창

숲의 죽음은 우리 삶의 종말이다

박효주
입력일 2025-02-26 08:59:23 수정일 2025-02-26 08:59:23 발행일 2025-03-02 제 3431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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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죽음은 우리 삶의 종말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형 벌목업자들과 농장주들이 아마존을 약탈하는 것에 대항했던 ‘아마존의 성녀’ 도로시 스탕 수녀(1931~2005)는 2005년 괴한에 의해 총살당했다. ‘숲의 수호자’(Guardians of the Forest)에 참여한 이들이 잇따라 아마존에서 죽음을 맞았다. 2020~2021년 1만3235㎢의 아마존 열대우림이 사라졌다. 아마존 산림파괴는 2019년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가속되었다.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변화와 멸종은 정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탄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실정인 우리나라의 정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4대강 토목사업으로 자연스럽던 강의 흐름을 막아 환경을 파괴했는데, 이제는 이 작은 나라에 탄소 배출량이 가장 높은 운송 수단인 공항 8개를 더 짓겠다 하니 한심한 노릇이다. 이미 있는 것에서도 적자가 나는 마당에 공항을 더 늘리겠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가속화되는 기후변화, 멸종위기에 놓인 생물종과 연결고리가 끊겨 가는 생태계는 우리의 마음을 타게 한다.

지난해를 마감하면서 우리는 무안 국제 공항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지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이 사고의 최초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조류 충돌’이다. 한때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었던 가창오리 무리의 이동 경로가 사고 항공기 비행경로와 겹쳤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되었다. 공항을 신설할 때 환경을 고려했을 터인데 조류의 서식지와 먹이터 등 활동 지역과 이동 경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변수를 헤아리지 않은 것이다. 

새들은 해가 뜨면 무리를 지어 먹잇감을 찾다가 해 질 무렵, 큰 무리를 이뤄 비행한다. 얼마나 아름다운 군무를 연출했겠는가. 그러나 이 자연의 위대함은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경로로 비행하다 문명과 충돌하게 된 것이다. 가창오리 또한 예측불허의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인공은 자연에 의해 파괴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누구를 탓할 것인가.

5년 주기로 수립하는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2021년~2025년)에 의하면, 백령, 서산, 새만금, 흑산, 가덕, 제2제주, TK(대구·경북), 울릉의 공항이 신설될 예정이다. TK를 제외한 공항 부지는 모두 철새도래지로 새들의 삶터이다. 이 중 새만금은 참사가 일어난 무안 국제 공항보다 조류 충돌 가능성이 무려 610배나 높다고 보고한다.(전북녹색연합) 산을 깎아 바다를 매립 후 건설할 가덕도, 염생식물과 갯벌 등 블루 카본(blue carbon)으로 인해 기후변화에 대응할 잠재력이 큰 새만금 신공항 등은 수려한 자연을 파괴한 후 불을 보듯 뻔한 적자의 위험을 안고 들어선다는 점을 신중하게 검토해야만 한다. 현재 국내 공항 15개 중 인천, 김포, 제주, 김해 공항만이 흑자다. 2시간 이내 항로를 폐쇄하는 유럽의 추세를 직시해야 한다.

공항 건설은 대형 국책사업이다. 계획수립, 건설 후 개항까지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말이다. 정치적 혼란으로 민생이 어려운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재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질서에 어긋난 기후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신공항 건설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지금은 하늘에서 새가 내려다보듯(Bird's-eye view) 우리의 시선을 넓힐 때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고양이의 눈으로(Cat's-eye view) 먹잇감을 찾아 물어버린다면 지구는 생존능력을 잃을 것이다. 왜곡된 인간 중심주의의 삶에서 돌아서야 한다. 피조물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고유한 선과 완전성을 지니고 저마다 고유한 방법으로 하느님의 무한한 지혜와 선의 빛을 반영한다. 그러기에 인간은 그들 자신과 환경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는 사물의 무질서한 이용을 피해야만 한다.(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 받으소서」 69항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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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이은주 마리헬렌 수녀(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