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한국, 일본, 교황청…. 여러 나라를 다니며 프란치스코 교황을 취재했다. 그때마다 계속 귓가를 맴도는 단어가 있었다. ‘기도’다.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교황. 취임 당시부터 교황은 입버릇처럼 어딜 가나 “기도해 달라”고 청했다. 아마 전 세계 신자들이 이미 교황을 위해 기도할 터다. 그럼에도 교황은 “기도해 달라”고 하기에 참 인상적이었다.
2023년 성 김대건(안드레아) 성인상 축복식을 취재하면서 교황과 악수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짧은 인사에 무어라 말할까 고민 끝에 “교황님,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악수를 하고 다음 인사할 사람을 위해 돌아서려 했다.
그 순간, 교황이 손을 강하게 잡았다. ‘꽉’이라는 부사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강한 악력이었다. 그때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뜨거운 체온과 악력이 느껴질 정도로 강렬했다. 그렇게 손을 잡고 말했다.
“I need.”(기도가 필요합니다.)
당황하는 내 눈과 마주친 교황의 눈에는 흔들림 없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문득 2014년 한국 방한 당시 교황을 만난 한 청년이 “기도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며 “나도 그렇게 기도하고 싶다”고 했던 인터뷰가 떠올랐다. 신자인 그가 기도하는 모습을 처음 봤을 리가 없다. 아마 그동안 교황처럼 진심을 다해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말은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해’ 항상 기도하는 사람이기에 나오는 말이리라. 그리고 “기도해 달라”는 부탁 이상으로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있으리라. 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하늘나라로 부활 엠마오를 떠난 교황을 위해 두 손을 모아본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