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 오롯이 기댔던 ‘한국 추상화의 대가’를 만나다 조영동 화백 선종 후 기증된 작품들 첫 공개 작품 ‘눈길’… 7월 28일까지
한국 추상화의 대가로 존재의 본질과 내면을 그림으로 승화시킨 고(故) 조영동(루도비코) 화백이 교회에 기증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관장 원종현 야고보 신부)은 ‘Ecce Homo 에체 호모’를 주제로 고 조영동 화백 기증작품전을 연다. 전시는 3월 23일 오전 10시 절두산 순교성지 순례자 성당에서 조 화백을 기억하는 연미사로 개막한다. 1933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조 화백은 1957년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후, 목포교육대와 공주교육대, 미국 휴스턴대, 성신여대에서 일평생 후학을 양성하는 스승이자, 인간의 자기 고뇌와 실존의 의미를 캔버스에 담아낸 추상 화가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 또한 신앙인으로서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한국교회 성미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제19회 가톨릭미술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2022년 조 화백 선종 후, 유족들은 조 화백의 유지를 받들어, 2023년 3월 유작을 성신여대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 나누어 기증했다. 그중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 기증된 작품은 모두 196점이며, 종교적 주제를 담아 창작했던 작품들이다. 조 화백의 자화상인 ‘에체 호모’ 시리즈와 그리스도의 수난과 십자가, 성당 등을 그린 회화, 생명의 근원과 궁극에 대한 조 화백의 탐구가 담긴 추상 시리즈다. 대부분 일반에 공개된 바 없는 작품들로, 이번 전시 ‘에체 호모 Ecce Homo’를 통해 절두산 순교성지 순례자들과 만나게 됐다. ‘Ecce Homo’는 라틴어로 ‘이 사람을 보라!’(요한 19,5)는 뜻이다. 가톨릭 미술에서는 온갖 수난으로 인해 처참해진 예수의 모습을 가리키는 고유 명사로 쓰인다. 조 화백에게는 다른 누구보다 미술인인 동시에 신앙인으로 자신의 실존을 담아내야 한다는 사명이 있었다. 그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가장 큰 피난처였으며, 위로와 구원의 희망이었다. 그렇기에 아내와 딸을 먼저 떠나보내고, 시력까지 잃고도 삶의 마지막까지 창작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박물관 관장 원종현 신부는 “그리스도께 삶을 온전히 의탁하고 일치시키는 것으로 우린 위로와 치유를 받는다”면서 “‘나’를 위해 예수님이 겪으신 수난은 고통 속에 놓인 인간과 함께하는 수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영동 화백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Ecce Homo’ 기증작품전을 통해 그리스도의 길을 따르는 삶을 묵상하고, 위로받으며, 은총을 구하는 시간 가지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지하 1층 특별기획전시실에서 마련되며, 7월 28일까지 이어진다.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 가능하다.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