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이슈토론 주제는 대축일에 연주되는 ‘라틴어 성가’에 관한 내용입니다. 교회 전통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좋다는 찬성의견과 신자들도 함께 부를 수 있는 미사곡이면 좋겠다는 반대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지면을 통해 몇가지 찬반의견을 전합니다.
■ 찬성합니다 전례의 장엄함 느낄 수 있어 좋아
바쁘다는 핑계로 주일미사만 겨우 참례하는 40대 신자입니다. 세례 받은 지는 10년이 조금 넘었지만 신앙심이나 교리 지식 등은 처음과 크게 달라진 바 없는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쓰려니 새삼 부끄럽습니다.
라틴어 성가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글을 보고 용기를 내서 글을 보냅니다. 저는 라틴어 성가가 일반 성당들에서도 계속 불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가사가 무슨 뜻인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그런 것들은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세례 후 첫 성탄 때 들었던 그 라틴어 성가를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장엄하고 웅대한 선율이 성당에 울려 퍼지는 그 순간, ‘음악치료란 이런 것일까’하는 생각을 난생 처음으로 해 보았습니다. 이후 부활이나 성탄이 오면 성가대 특송을 기다리게 됐습니다. 그윽하게 울리는 라틴어 성가를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부족한 신심이나마 자라나는 기분을 느낍니다. 신자라는 자부심, 전례의 장엄함, 유구한 전통을 가진 종교…. 그 모든 것들이 음악에 응축되어 전해집니다. 음악에 문외한인 저조차 감동하게 하는 그 힘을 앞으로도 계속 느끼고 싶습니다.
성가대 신자들이 준비하기 어려운 곡들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저와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저같은 신자는 그런 특송으로라도 라틴어 성가를 듣지 않으면 교회의 장엄함이 깃든 곡들을 만날 일이 없다는 겁니다. 준비하는 신자들도 힘은 들겠지만, 다른 성가를 부를 때와는 다른 특별한 느낌을 가질 것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이런 생각은 너무 이기적인 것일까요.
쉬운 것만 찾아가서는 전통이 점점 희미해지지 않을까하는 염려도 드네요. 어쨌든 일반 성당에서도 ‘특별한 날’에는 라틴어 성가를 듣고 싶습니다.
김동현(미카엘)
성가대원들에게 격려 한마디 해주세요빛으로 오실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우리들. 각자의 삶에서 뜻깊은 대림시기를 보내고 있으실거라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대축일 미사를 준비하며 연습에 한창인 성가대원들을 기억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아름다운 성가를 들려주기 위해 바쁜 일상 중에도 연습에 매진하는 성가대원들. 그들에겐 대림과 사순시기가 가장 바쁜 철(?)이 아닐까 싶습니다. 순수한 아마추어 신자들이 만들어낸 하모니는 감동적일때가 많습니다. 특히나 성탄절과 부활절에 들을 수 있는 라틴어 성가는 조금은 생소하지만 대축일 미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특효약이라고 생각합니다.교회의 역사와 함께해온 성음악을 직접 들을 수 있고, 미사 안에서 만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은총이라 생각합니다. ‘성가는 두 배의 기도’라는 말을 들어본적이 있으실 겁니다. 미사에 함께한 신자들을 위해 귀한 시간을 내어 열심히 연습하는 성가대원들을 격려해주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들의 연주를 들으며 하느님께 기도한다면 더욱 멋진 성탄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kwak4950@hanmail.net
■ 반대합니다 라틴어 성가, 누구를 위한 무대인가?라틴어 성가 무대를 준비하느라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성탄을 앞두고 지금도 땀 흘리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분들께는 정말 미안하게도, 저는 라틴어 성가 특송을 들을 때마다 누구를 위한 무대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솔직히 많았습니다. 어려운 선율 때문에 성가대 단원 중에서도 소수의 사람들만이 ‘뽐내듯’ 노래를 부르고,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은 멀뚱멀뚱 앞을 바라보고만 있고…. 곡에 대한 설명, 가사 해석 이런 과정은 생략되어 있습니다.전통 있는 가톨릭.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그 뜻을 알지 못하는 라틴어로 노래를 해야만 전통이 전해지는 것일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라틴어 성가를 고집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오래된 것’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어렵고 불편한 것을 ‘남과 다른 고귀함’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예전부터 해 왔던 것을 그저 따라해야만 전통을 이어나가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미사는 성직자와 회중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이고, 성가는 신자들이 하느님을 찬양하는 기도의 하나입니다. 함께 불러야 하고 함께 느껴야 합니다. 신자가 부르지도 못하는 성가를 ‘들려주는’ 미사는 너무나 일방적이라 생각합니다. 평신도는 미사의 관객이 아니라, 미사의 일부이고 주체입니다. 또 하나, 본당 성가대에서 제대로 된 교육없이 마구잡이로 불리는 라틴어 성가가 오히려 교회 전례의 고귀함을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정통 라틴어 성가의 명맥을 이어가고 싶다면 바르게 전수받은 사람들이 완벽한 무대로 꾸며 이어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반 성당에서는 모두가 함께 한목소리로 찬양할 수 있는 곡을 부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익명) 함께 부를 수 있는 미사곡으로평소에 기도는 자주 못하지만, 주일 만큼은 충실히 지키고 있는 신자입니다. 5년 전 세례 받은 후 성탄과 부활 밤미사를 빠짐없이 드리고 있습니다. 미사 때 퍼지는 향 냄새도 좋고, 평소에 감실을 바라보면 그냥 기분이 좋습니다. 곧 다가올 성탄 밤미사도 꼭 참례할 것입니다.하지만 또 지난해처럼 분심이 들까봐 망설여지는 건 사실입니다. 밤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모여든 신자들로 성당 안은 움직일 수도 없을 만큼 차버려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성가대에서 목청껏 부르는 라틴어 성가는 그저 길게만 느껴졌습니다. 더군다나 악보도 없고, 따라부를 수도 없어 미사 내내 앉아만 있다가 온 것 같았습니다.미사는 신자들과 함께 드리는 기도라고 배웠습니다. 대축일에는 ‘라틴어 성가를 해야한다’고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면 묵상곡 정도만 라틴어 성가로 하고, 일반 신자들도 함께 부를 수 있는 미사곡을 연주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미사에 함께하지 못하고 앉아만 있다가 오는게 올바른 미사 참례는 아닐 것 같습니다. 기쁜 성탄 보내시길 바랍니다. 김지민 네티즌 생각· 전 찬성합니다. 성탄이랑 부활 때 들을 수 있는 화려한 오르간 연주 너무 좋습니다. 기대됩니다. (oper1023@naver.com)· 성탄 미사에 라틴어 성가를 할 계획이 있다면, 대림시기 동안 신자들과 함께 연습하면 어떨까요? 신앙생활을 오래하다보니 귀에는 익숙한데 부르기는 부담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동참 의사가 없는 신자분들이 있어서 연습이 잘 될지는 몰라도, 할 수만 있다면 신자들도 좋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 베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