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 교리서」 595~598항 예수님 죽음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 자만 용서받는다 세상의 죄 없애시려 오신 예수 십자가 죽음에 대한 책임을 내 탓이라 인정하고 회개할 때 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
한 소매치기 청년이 어떤 병원 앞에서 담배만 피우다 지하철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한 여인의 가방에서 돈 냄새를 맡아 소매치기하여 달아납니다. 얼마 뒤 그 소매치기의 남동생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전화가 옵니다. 형은 어머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한 번 보려고 병원에 왔었던 것입니다.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하여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동생의 말에 형은 돈 없으면 다 죽어야하느냐고 분개합니다. 이 모양이니 자신이 그렇게밖에 살 수 없는 것이라고 한탄합니다. 동생은 어머니 수술비로 자신의 결혼자금까지 찾아오던 애인이 소매치기만 당하지 않았어도 어머니는 살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소매치기 당한 시간과 장소는 정확히 자신이 소매치기 한 시간과 장소와 일치했습니다. 소매치기 형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철환 작가의 「연탄길」에 ‘유리조각’이란 제목으로 소개된 일화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예수님을 미워하여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강요했던 유다 지도자들에게 있을까요,(596항 참조) 아니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 질렀던 군중들에게 있을까요, 그것도 아니면 그들이 무서워 죄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형선고를 내려버린 줏대 없는 빌라도에게 있을까요?전삼용 신부 (수원교구 영성관 관장·수원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