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평소 관측되지 않던 현상…베들레헴의 별은 어떤 별이었을까?

이형준
입력일 2024-12-29 09:49:36 수정일 2024-12-31 14:23:13 발행일 2025-01-05 제 3424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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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공현 대축일 특집] 과학의 눈으로 본 ‘베들레헴의 별’

성경 속 이야기들은 그 속에 담긴 신앙적, 신학적 의미가 중요하지만 성경에 나오는 자연현상을 과학의 시선으로 해석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그중 아기 예수가 세상의 구원자이자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동방박사에게 드러낸 ‘베들레헴의 별’이 과연 어떤 현상이었는지 연구한 사례도 많다. 물론 지금도 이 별에 대해 과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예수님 탄생 시기 즈음해 관측됐을 것으로 추측되는 천체 현상, 별의 움직임, 밝기 등을 바탕으로 이 수수께끼 같은 ‘베들레헴의 별’ 후보들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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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토 디 본도네 <동방박사의 경배>. 상단에 그려진 '베들레헴의 별'은 혜성을 연상시킨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베들레헴의 별’은 이렇게 달랐다

동방박사들의 아기 예수 방문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여정을 이끈 신비한 ‘별’ 이야기는 마태오복음(2,1-12 참조)에 나온다. 이 이야기 속 ‘베들레헴의 별’의 특징을 우선 알아볼 필요가 있다. 연구자들이 공통으로 주목한 마태오 복음의 동방박사 이야기와 아기 예수의 탄생 시기를 통해 동방박사들을 아기 예수에게까지 이끈 ‘베들레헴의 별’의 특징은 크게 3가지다.

먼저 평소 관측되지 않던 밝은 별 혹은 현상이라는 점이 있다. 마태오복음 2장에서 동방박사들은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2)라고 말했고, 헤로데가 박사들에게서 “별이 나타난 정확한 시각”을 질문했다는 점에서 그렇다.(마태 2,7 참조)

또 베들레헴의 별은 보통의 별과 다르게 이동하다가 멈췄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자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마태 2,9)는 구절을 보면 알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예수 탄생 시기로 추측되는 기원전 3년에서 8년 사이에 관측됐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비슷한 시기 고대 문헌들을 비교해 ‘베들레헴의 별’과 유사한 현상을 보였을 만한 천체현상을 찾기도 했다.
 

긴 꼬리를 달고 밤하늘을 나는 혜성

베들레헴의 별이 태양 궤도를 돌며 태양에 가까워지면 가스로 이뤄진 긴 꼬리가 생기는 혜성이었을 거라는 주장이 있다.

혜성은 ‘움직이는 천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 중 하나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후보다. 이탈리아의 화가 조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1267-1337)의 그림 「동방박사의 경배」(Adoration of the Magi)에 묘사된 베들레헴의 별도 혜성을 연상시킨다. 조토도 핼리 혜성을 보고 베들레헴의 별을 비슷하게 표현했다고 전해진다.

‘케플러 법칙’으로도 유명한 17세기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1571-1630)는 ‘베들레헴의 별’에 큰 관심을 보여 알려진 바로는 최초로 과학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케플러는 여러 후보들 중 혜성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베이커스필드 주립대학 천문대의 닉 스트로벨(Nick Strobel) 박사는 그간 여러 학자의 연구 등에 의해 베들레헴의 별의 후보라고 여겨지던 것들을 자신의 블로그에 정리했는데, 혜성도 여기에 포함됐다. 다만 스트로벨은 “예수 탄생 시기 전 세계 어디에도 비슷한 천체 현상을 목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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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촬영된 핼리 혜성의 모습. 위키미디어

폭발하는 ‘초신성’ 혹은 죽어가며 밝아지는 ‘신성’

중국 전한서(前漢書)와 삼국사기 등 아시아 고대 문헌에 기원전 5년경 갑작스럽게 밝게 빛나는 이상한 별이 관측됐다는 내용이 있는데, 천문학자들은 대체적으로 이 이상한 별을 ‘초신성’ 혹은 ‘신성’이었을 것으로 본다. 더불어 초신성(supernova)과 신성(nova)은 베들레헴의 별 후보로 급부상했다. 초신성은 별이 수명을 다해 폭발하며 강한 빛과 에너지를 내뿜는 현상을 말하고, 신성은 죽어가는 별(백색외성)에 수소나 헬륨이 유입되며 유난히 밝아진 별을 말한다.

모두 평소에 없던 현상, 밝게 빛난다는 점, 예수 탄생 시기와 엇비슷할 때 관측된 것으로 추측된다는 점에서 초신성과 신성은 후보로서 매력적이다. 아시아 고대 문헌의 기록과 부합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영국의 여성 천문학자이자 ‘대영제국 철학회’에서 활동했던 에드워드 월터 몬더(E. W. Maunder·1851-1928)는 신성을 베들레헴의 별로 가장 유력하다고 봤다. 다만 동방박사들이 예루살렘에서 헤로데를 만나고 남쪽으로 10km 정도 떨어진 베들레헴으로 떠날 때 별의 움직임을 초신성과 신성으로는 설명하지 못한다는 천문학자들의 의견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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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신성의 잔해로 여겨지는 게 성운. 초신성을 '베들레헴의 별'이라고 보는 천문학자들도 있다. 위키미디어

목성과 토성의 겹침 현상

케플러도 혜성, 신성 모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목성과 토성의 ‘겹침’ 현상을 가장 유력한 ‘베들레헴의 별’로 봤다.

케플러는 행성 궤도 계산을 통해 기원전 6년에서 7년경 밤하늘 물고기자리 부근에서 목성과 토성이 태양을 공전하는 궤도가 지구에서 바라볼 때 서로 가까워져 하나의 별처럼 더 밝게 보였던 겹침 현상이 일어났다고 밝혀냈다.

겹침 현상은 이 시기 총 세 번에 걸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삼중합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수의 개신교 천문학자들은 이 현상을 동방박사의 900여km에 이르는 여정에 대입해 보기도 했다. 이들은 동방박사들이 움직이는 하나의 별을 따라간 것이 아니라, 여정의 특정 시점에서 세 번에 걸쳐 목성과 토성이 겹치며 밝게 빛날 때마다 그 방향을 표징으로 삼았다고 추측했다.

이에 더해 현대 천문학자들은 비슷한 시기 발생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목성 역행 현상’도 든다. 목성 역행 현상은 지구에서 바라볼 때 특정 시점에 가던 방향을 바꿔 반대로 움직이는 듯하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일부 천문학자는 동방박사들이 예수 탄생 시기 평소엔 없던 여러 천체 현상을 종합적으로 보고 유다 지방에 상서로운 일이 일어날 것을 점쳤다고 보기도 한다. 동방박사들이 별의 움직임으로 시대의 흐름을 읽는 점성술사였다고 추정되는 점은 이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