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원을 교회에 봉헌하고 하느님 곁으로 떠난 사제가 있다. 평생 하느님 바라기로 올바른 사제의 길을 걸어 갔던 고(故) 한정관 신부(서울대교구)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산을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이하 본부)에 기부했다. 가난한 이들을 돕는 일은 바로 그가 평생 꿈꿔 왔던 일이었다.
지난해 7월 선종한 한 신부는 평소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이 교회의 핵심 가치라고 생각하며 소외된 이들에 대한 생각을 항상 해 왔다. 특히 은퇴 이후에는 물려받은 돈으로 재단을 만들어 좀 더 구체적으로 그들을 돕고 싶어 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되자, 그는 본부를 통해 꿈을 이루기로 결정하고 본부를 찾아 기부금 30억 원을 네팔교회를 비롯해 방글라데시 학비지원, 필리핀 요셉의원, 북한 어린이 등을 위해 사용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그가 하늘나라로 떠나기 일주일 전의 일이다.
유가족들은 한 신부가 꿈꾸던 세상을 만드는 데 공감하고 그의 뜻대로 기부금이 사용되길 바란다는 뜻을 본부에 전했다. 특히 본부는 기부금 중 약 20억 원을 네팔대목구를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한 신부의 조카 양홍범(아우구스티노)씨 말에 따르면 네팔은 한 신부가 생전에 많은 위로를 받고 온 곳이었다.
“신부님께서 한동안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으셨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우연히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인 네팔로 목적지를 정하시고 떠나셨어요. 다녀오신 뒤에 현지 아이들의 순박한 모습에 참 많은 위로를 받았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도넛 같은 간식을 나눠줬는데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했대요.”
1969년 12월 17일 사제품을 받은 한 신부는 서울 용산본당 보좌를 시작으로 중림동(현 중림동 약현)본당 보좌를 거쳤으며, 1983년부터 16년간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를 지내며 후학 양성에 힘썼다. 1985년 필리핀 마닐라 성토마스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장안동·반포·신천동·신당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했다. 2000~2009년에는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를 겸직했다.
2013년에는 한국교회 내에서 ‘잊힌 순교자의 무덤’으로 불리던 광희문성지를 적극 알렸으며 이듬해 광희문성지 담당을 자원해 교회사 내에서 조명해 왔다. 또 선종 직전까지 성지 담당 사제로서 순교자 영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유가족들은 약 12억 원은 한 신부가 마지막까지 가장 열정을 쏟아 부었던 광희문성지 건축 기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