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설립 50주년 맞은 한국카리타스 “사랑으로 일군 희망”

박주현
입력일 2025-01-17 13:47:40 수정일 2025-01-21 14:21:21 발행일 2025-01-26 제 3427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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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원조 주일 특집] 긴급구호에서 중장기 개발협력까지…1975년 출범 후 국제 구호기구로 발돋움
1993년 해외 원조 시작하며 ‘나누는 교회’로 본격 전환, 지난해 28개국 46억 여 원 지원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의 50년, 우리가 받은 희망의 씨앗을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눌 때입니다”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사장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 이하 한국카리타스)은 세계 교회의 지원으로 한국에서 구호·자선·개발 사업을 펼치던 인성회(仁成會)로 1975년 출발해 오늘날 고통받는 세계 이웃을 돕는 주요 국제 구호기구로 발돋움했다. 2024년에는 28개 국가에서 총 45개 긴급구호·개발협력 사업에 46억4676만여 원을 지원했다. ‘받던 교회’가 ‘나누는 교회’로 거듭난 기적의 증인인 한국카리타스는 올해 50주년을 ‘우리가 받은 희망의 씨앗을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누는’ 전환점으로 삼았다. 긴 세월을 통해 한국카리타스가 세계에 심고, 전해 온 ‘희망’은 무엇일지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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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내 미얀마 난민 아동·청소년들이 2024년 6월 교육 지원 사업을 위해 난민 캠프를 찾은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사무국장 정성환 신부(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등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제공

고통받는 지구촌에 희망을

한국교회는 1993년 공식적 해외 원조에 나섰다. 1992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1월 마지막 주일(해외 원조 주일) 2차 헌금을 해외 원조 기금으로 사용하도록 결정하면서부터다. 해외 원조는 1980년대에도 한국카리타스(당시 인성회)를 통해 틈틈이 진행됐지만, 이때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본격적 전환이 이뤄졌다.

1990년대 한국카리타스는 긴급구호 사업 위주로 활동했지만 2004년 방글라데시에서 ‘집중 지원 사업’을 시작하면서 중장기적 개발협력 사업에도 나아갔다. 가난한 이들에게 근본적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서다. 중장기적 개발협력 사업은 긴급구호 사업과 동일한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2024년도에도 두 부문에 전체 지원금 각각 50%씩 투입됐다.

한국카리타스는 사업 수행 역량이 검증된 파트너 기구를 통해 수혜자들을 효과적으로 돕는다. 스리랑카·예루살렘 카리타스, 태국가톨릭난민위원회(COERR) 등과는 10년 이상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스리랑카 카리타스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위기로 학업을 중단한 빈곤 가정 학생들의 교육 및 영양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예루살렘 카리타스는 분쟁 지역인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극빈 가정에 긴급 지원과 의료 지원을 한다. COERR는 태국 내 미얀마 난민들 자립을 돕고자 농업 개발, 아동 교육, 역량 강화 사업을 펼친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식량 가격이 폭등해 식량 지원 요청이 급증했다. 이에 한국카리타스는 식량 위기 대응 사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24년에는 마다가스카르, 말라위, 모잠비크, 차드 등 아프리카에서 식량 위기 긴급구호 사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재난과 인권 유린, 분쟁으로 인한 난민 사태에도 긴급 대응하고 있다. 2021년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발생한 미얀마 내 195만여 명 실향민을 위해 COERR와 다양한 개발협력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4년에는 보호자 미동반 난민 아동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기숙사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는 내전 장기화로 귀환이 지연된 난민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청년 리더 양성 사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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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수단 난민들이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 보내온 지원금으로 마련된 긴급구호 물품들을 받아가고 있다.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제공

성원 보내오는 이들

2020년대 초 세계는 전례 없는 전염병과 전쟁으로 해외 원조 활동이 위축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활동가들은 “어려울수록 오히려 더 뜨거운 성원을 보내오는 후원자들에게서, 우리는 더 큰 사랑을 펼칠 희망을 얻는다”고 말해온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모든 것이 멈춘 듯한 절망의 시간에도 한국카리타스에는 후원이 늘었다. “한국도 이렇게 어려운데, 저개발국들은 어떻겠느냐”며 자신보다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는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그 덕에 활동가들은 신규 사업을 발굴할 수 있었다.

특히 외부 지원을 받을 수 없었던 지구촌 이웃들에게 빛이 비쳤다. 한국카리타스는 2021년 7월 ‘코로나19 긴급 식량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첫해에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13개국에서 외부 지원을 못 받는 극빈층에게 쌀, 밀가루 등 주식과 콩, 소금, 우유 등 보충 식량을 지원했다.

한국카리타스의 손길이 닿지 않는 지역들까지 도움의 손길은 확장됐다. 그간 지원하지 못했던 베트남에서도 긴급 식량 지원 사업이 시작됐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국경 지역 무국적 난민들에게 식량 꾸러미가 배부됐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식량 위기가 극심해진 상황에서, 긴급 식량 지원 사업은 마침내 정규 사업으로 편성될 수 있었다.

한국카리타스는 세계 곳곳에 파견된 한국 수도회들을 통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19개국에서 57개 사업에 총 13억2555만여 원을 지원했다. 2025년에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13개국에서 11개 수도회와 협력해 약 4억3000여만 원 예산으로 18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 문의 : 02-2279-9204
※ 후원 계좌 : 우리은행 064-182742-01-101 (재)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 ARS 후원 : 060-700-9204(1통 5000원)

 ■ 인터뷰 - 한국카리타스 이사장 조규만 주교 
    “나눔은 아픔 나누는 사랑의 태도, 희망 심는 교육 사업에 집중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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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50주년을 맞아 이사장 조규만 주교는 “그간 지구촌 수많은 이웃을 위로할 수 있었던 건 꾸준히 성원을 보내 온 많은 후원자 덕”이라고 말했다. 박주현 기자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하 한국카리타스) 이사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는 “50년 세월만큼 꾸준하고 많은 후원자 덕에 지구촌 수많은 이웃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는 말로 올해 한국카리타스 설립 50주년 소감을 전했다. 조 주교는 “팬데믹과 연이은 사회적 참사 등 우리조차 힘들 때일수록 더 뜨겁게 도움을 보내는 한국 신자들 가슴에는 공감의 가치가 살아 있다”고 말했다.

한국카리타스의 국제 카리타스 긴급구호 사업 총지원금은 전 세계 162개 회원기구 중 매년 10위 이내다. 아시아 회원기구 중에서는 최대 규모의 지원을 제공한다. 조 주교는 “이렇듯 한국카리타스는 국제사회의 든든한 해외 원조 우군”이라고 역설했다.

“우리는 국내에서 시리아를 지원하는 유일한 해외 원조 단체이기도 해요. 2012년 분쟁이 시작된 이래 계속 지원 중입니다. 피해 규모에 비해 세계적 관심이 낮아 교황님조차 기도와 지원을 호소하셨습니다. 우리는 시리아 카리타스와 인근국 요르단·레바논 카리타스와도 협력해 총 19개 사업을 지원(약 22억 원)했죠.”

조 주교는 ‘공감’의 가치를 강조한다.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을 돕는 감동적인 모습을 우리 모두 익히 봐왔듯, 사람을 돕는 건 차례나 때가 있어서가 아니라 아픔을 나누는 사랑의 태도”라며 “나눔은 돈이 아니어도 어떻게든 실천 가능하다”는 것이다.

“2024년에는 한 후원자로부터 식수 정화 장치 300개를 후원받았습니다. 연구자인 그는 오염된 물을 마시는 이웃의 고통을 함께 느끼며, 전기 분해를 통한 살균수 발생 장치를 직접 개발했죠. 우리는 이 장치를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중동의 18개국에 배포했습니다.”

끝으로 조 주교는 “전 세계의 희망을 담보할 수 있는 사업에 역량을 더욱 집중시킬 계획”이라며 “고통받는 세계 이웃을 장기적으로 일으켜 세우는 교육에도 많이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피란 중이거나 경제위기로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아동들이 미래마저 빼앗기지 않도록 장학금 제공 등 더욱 폭넓게 교육 지원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입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