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가까이 죽음 앞둔 이들 돌보고 평화로운 임종 도왔죠” 1987년부터 2천명 이상의 임종자들 배웅…생의 마지막 순간 위한 무료시설 건립 목표
“지금까지 2000명이 넘는 임종자들을 돌보았습니다. 암환자뿐만 아니라 힘든 수술을 하고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요청하기만 하면 밤 늦은 시간에라도 달려가 임종자가 평화롭게 하늘나라에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왔어요.”
비영리 재단법인 마뗄암재단 이사 이영숙 수녀(베드로·77·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는 1987년부터 성모자애병원(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원목실 호스피스 상담실장으로 활동하며 “하느님께 받은 은혜 중에 제일 복되고 소중한 것은 선종의 선물”이라는 신념으로 임종자들에게 헌신해 왔다. 이영숙 수녀는 임종자들을 위한 한결같은 헌신의 공로로 3월 21일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제17회 ‘암 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포장을 받았다.
“상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제가 해 오고 있는 일에 대해 하느님께서 꽃다발을 주실 만하면 주실 것이라고만 믿고 살아왔어요. 상 받으러 오라는 연락이 왔는데 당일까지도 무슨 상인지도 몰랐습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상 받을 아무 이유도 없어요. 하느님이 주신 상이라고 여기고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수녀가 40년 가까운 세월을 하루처럼 임종자들이 평화로움 속에서 하늘나라에 갈 수 있도록 헌신한 모습을 지켜본 이들은 이 수녀가 국민포장 같은 상을 몇 번을 받아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거의 매일 임종자들을 돌보았고, 하룻밤 사이에 7명이 돌아가시는 순간을 뛰어다니다시피 곁에서 지킨 날도 있었습니다. 제 역할은 다른 것이 아니라, 마지막 임종 전에 자신의 인생을 후회 없이 정리하고 기쁘게 하느님 품 안에 안길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입니다. 죽음 앞에서 불안해하는 분들을 신앙 안으로 인도하고 하느님 앞에 갈 수 있도록 병자성사를 마련해 드리고, 함께 기도했어요.”
임종자들은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지나온 생애를 돌아보며 행복하고 기뻤던 순간보다는 자신이 지은 잘못을 떠올리며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다. 이 수녀는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무리 큰 죄를 지었어도 임종 전에 진심으로 회개하면 예수님이 못 박힐 때 옆에 있던 죄인처럼 깨끗해진 영혼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임종자들이 받아들일 때만큼 기쁘고 보람 있을 때는 없어요.”
이 수녀는 주위에서 기본재산 없이 법인 설립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2005년 8월 18일 보건복지부로부터 마뗄암재단 인가를 받았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마뗄암재단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암환자의 진료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암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무료 피정과 쉼터를 제공하는 ‘강화마뗄쉼터’도 운영하고 있다.
한 가지 이영숙 수녀에게는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 임종자들이 마지막 생을 무료로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은인의 기부로 강화마뗄쉼터 인근에 부지를 마련했고 건물 설계까지는 진행된 상황이다. 아직 많은 이들의 후원이 필요하다.
“임종자들이 가장 행복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집을 지어 그분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습니다. 건물을 짓고 필요한 부대시설을 마련하는 데 큰 재원이 필요하지만 예수님을 임종자를 위한 집의 회장님으로 모셨으니 아무 걱정 없습니다. 저는 심부름꾼일 뿐이고 예수님께서 부족한 것을 다 채워주시리라 믿기에 쉬지 않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