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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전원일치로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판결

민경화
입력일 2024-09-02 수정일 2024-09-03 발행일 2024-09-08 제 3408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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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보호조치 갖추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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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후 헌법소원 최종선고 공동 기자회견에서 변호인단과 청구인단이 “판결은 끝이 아닌, 기후 대응의 시작”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헌재는 기후 헌법소원 4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민경화 기자

헌법재판소는 8월 29일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4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정부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재는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은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목표에 관하여 그 정량적 수준을 어떤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후위기라는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보호 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과소 보호 금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해야 할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인 ‘과소 보호 금지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헌재는 “이번 결정은 국민 주요 기본권이 ‘환경권’임을 확인한 것”이라며 “기후위기라는 위험상황에 상응하는 관련 법률이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췄는지를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을 고려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해당 조항은 2026년 2월 28일까지만 효력이 인정되며 정부와 국회는 개정 시한까지 헌재 취지를 반영해 보다 강화된 기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번 판결에 대해 청소년기후소송대리인 윤세종 변호사는 “오늘 판결로 우리는 기후변화가 우리의 기본권의 문제이며 누구나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정부와 국회는 오늘 헌재 결정의 취지와 정신에 따라 기후 관련 법과 체계의 전면적인 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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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기후소송청구인 김한나(9)양이 8월 29일 기후 헌법소원 최종 선고가 끝난 뒤 재판장을 나오며 미소짓고 있다. 민경화 기자

아기기후소송단으로 소송에 참여한 한제아(12) 양은 “무엇보다 이번 판결은 저희에게 주어진 책임을 알려주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저와 같은 어린이들이 더 이상 기후 소송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번 판결이 더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후 소송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했던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위원장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는 “공동의 집 지구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고 미래 세대와 함께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 목표를 이룰 구체적인 실천목표를 설정하고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에 전 지구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교회도 창조시기를 시작하며 신음하는 피조물의 소리를 듣고 내 삶이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2020년 3월 청소년 환경 단체 ‘청소년기후행동’ 청소년 19명이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정부의 탄소중립기본법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청소년의 생명권 환경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2022 6월에는 2017년 이후 출생한 아기 39명, 6~10세 22명, 20주차 태아 1명 등 아기기후소송단 62명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2023년 환경단체회원 등 시민 51명의 헌법소원까지 더해져 기후 소송의 원고는 255명이 됐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