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4회 마리안느·마가렛 봉사대상 수상한 정춘실 수녀
“저는 ‘봉사’하고 있지 않아요. 그저 하느님 부르심대로 살고 있을 뿐이에요.”
아프리카 케냐와 말라위에서 활동 중인 전교가르멜수녀회 정춘실(데레사·케냐 키텐겔라 공동체 원장) 수녀가 제4회 마리안느·마가렛 봉사 대상 간호 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정 수녀는 봉사를 하지 않는데 봉사 대상을 수상한 것이 너무 부끄럽다며 손사래를 쳤다. 간호학을 전공한 정 수녀는 2003년 케냐 성 소화 데레사 진료소 설립 때부터 현재까지 진료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는 말라위 음텡고완텡가의 병원에서 11년간 대표를 맡기도 했다.
성 소화 데레사 진료소는 거의 무료 수준으로 진료비를 받고 있어 다른 곳에 비해 많은 사람이 찾는다. 한 달에 외래진료만 약 1300명, 예방접종을 원하는 어린이와 산부인과 진료를 보는 임산부까지 합하면 한 달 방문 환자는 2000명을 훌쩍 넘는다.
“형편은 항상 빠듯하지만 직원들 월급을 못 준 적은 없어요. 하느님께서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늘 돌봐주심을 느낍니다.”
정 수녀는 아프리카에 있던 지난 20여 년간 거의 4개월 단위로 헌혈을 했다. 첫 헌혈은 심한 빈혈로 혼수상태 직전에 있던 한 여학생을 위해서였다. 케냐에는 당시만 해도 다른 사람에게서 수혈받는 걸 금기시하는 풍조가 있었는데 정 수녀에게서라면 받겠다고 해서였다. 그 뒤로 정 수녀는 산모들을 위해 항상 혈액을 비축해두려고 헌혈을 해왔다.
정 수녀는 “검사실에서도 혈액을 못 구하면 제게 연락하기로 돼 있을 정도”였다며 “재작년에 무리한 진행으로 쓰러진 뒤 헌혈을 중단하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학구열이 높은 케냐 학생들을 돕기 위해 전교가르멜수녀회 재속회원들의 지원도 받았다. 2003년부터 재속회를 통해 모금 활동을 벌여 한 가정 돕기 운동을 해오고 있다. 정 수녀는 “학생들이 자라서 의사, 간호사, 회계사 등이 돼 함께 일하게 됐을 때 뿌듯했다”고 전했다.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투신하는 삶을 살 수 있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해요.”
이번 봉사 대상 추천도 한사코 거절했지만 결국 하느님께서 이뤄주심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지나가는 길에서 마주친 누군가가 “아플 때 도와줘서 고마웠다”는 인사를 건넬 때 큰 보람을 느낀다는 정 수녀는 상금을 이동 진료를 위한 자동차 구입에 사용하겠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앞으로도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는 입회 때 마음가짐으로 살고 싶습니다.”
제4회 마리안느·마가렛 봉사 대상 시상식은 11월 29일 전남 고흥군 주최로 마리안느·마가렛 나눔 연수원에서 개최됐다. 마리안느·마가렛 봉사 대상은 소록도에서 40여 년간 나눔과 섬김의 삶을 살았던 두 간호사의 숭고한 정신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제정됐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