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교황, 교도소에서 ‘희년’ 두 번째 성문 열어

박영호
입력일 2024-12-29 15:33:21 수정일 2024-12-30 09:42:26 발행일 2025-01-05 제 3424호 7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로마 레비비아 교도소 성당서 ‘희망’ 강조하며 성문 개방 
Second alt text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4년 12월 26일 로마 레비비아 교도소 죄수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기 앞서 성문을 열고 걸어서 통과하고 있다. CNS

[외신종합] 지난 12월 24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의 성문을 연 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26일 로마 레비비아 교도소 성당에서 2025년 희년의 두 번째 성문을 열었다.

교회력으로 첫 순교자인 성 스테파노의 축일을 기념해 붉은색 제의를 입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 최대 규모의 교도소 중 하나인 레비비아 교도소에서 희년의 막을 여는 두 번째 성문을 열었다.

교황이 교도소에 도착했을 때, 교도소 경찰 악단이 희년 공식 찬미가를 연주하는 가운데 성당 안에는 300여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에는 죄를 짓고 형기를 살고 있는 100여 명의 남녀 수감자와 가족들, 자원봉사자와 교도소 직원들, 그리고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시장과 이탈리아 법무부 관계자들이 포함됐다.

벽돌로 지어진 성당 안에서 두 번째 성문을 여는 교황의 얼굴은 환하게 빛났다. 이는 이틀 전 성 베드로 대성당의 화려한 대리석 바닥 위를 휠체어를 타고 지나며 보여준 비교적 무거운 표정과 완전히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틀 전 휠체어에 앉아 청동문에 가까스로 손을 대어 의식을 진행했던 것과 달리, 교황은 이날 지팡이에 의지해 휠체어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붉은 망토를 두른 채 그동안 여러 차례 방문했던 이 교도소 성당의 검은 문으로 나아가 문을 여섯 번 두드렸다.

교황은 성문을 열기 전 카메라를 바라보며, “희년의 두 번째 성문을 이곳, 교도소에서 열고 싶었다”며 “교도소 안팎의 모든 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희망은 결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교황이 휠체어로 돌아온 후, 검은 재킷을 입고 두 손을 모은 재소자가 성당으로 걸어들어갔고, 죄수들로 구성된 성가대가 찬양의 노래를 불렀다.

교황은 미사 주례를 하면서 미리 준비된 강론 대신 교도소에서 성문을 여는 의미를 설명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여는 것”이라며 “희년의 은총은 희망으로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며, 희망은 결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황은 성문 개방과 미사를 마친 뒤 참석한 죄수들과 대화하고 웃음을 나누면서 죄수들이 준비한 올리브유, 쿠키, 세라믹 그릇, 앞치마 등의 선물을 받았다. 교황은 레비비아 교도소 성문 개방은 “죄수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그들에 대한 사회의 존중과 연대를 상징하는 희망의 징표”라고 말했다.

미사가 끝난 후, 교황은 모든 사람과 인사하며 악수를 나누고, 다시 한번 메시지를 전했다. “이제, 우리가 꼭 해야 할 일 두 가지를 기억하세요. 첫째, 희망의 밧줄을 꼭 붙잡으세요. 닻과 연결된 밧줄을 절대 놓지 마십시오. 둘째, 마음을 활짝 여세요. 열린 마음을 가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