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국내 체류 가로막는 요인과 해결 방안은?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사회적 약자에게 대응 힘든 구조 결혼이주여성·이주아동 체류권 보장 및 구제 대책 필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1월 20일 취임하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겠다고 발표한 공약 중에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주민 추방을 개시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국내에서도 이주민들의 불안한 지위를 법적,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1935항에는 “인간 기본권에서 모든 형태의 차별, 사회적이든 문화적이든, 또는 성별, 인종, 피부색, 사회적 신분, 언어, 종교에서 기인하는 차별은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극복되고 제거되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주민들이 국적을 이유로 차별당하거나 권리를 제한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가톨릭교회의 확고한 입장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4년 8월 28일 교황청에서 이주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일하는 미국 활동가들과 만나 “이주민을 몰아내려는 행위는 중대한 죄”라고 말했지만, 국내 이주민들도 법적 제도 미비로 인해 다양한 불이익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주민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입국한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 이주민들의 자녀 등 크게 세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의 기본적 인권을 제약하는 대표적 제도는 ‘고용허가제’이다. 2003년 8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후 2004년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에게 최대 10년 동안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있지만 한국에 정주(定住)하는 것까지 허락하지는 않는다.
또한 10년 동안 일하면서 본국에 있는 가족과 만나기는 현행법상으로 무척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직하려면 고용주의 ‘허가’가 있어야 하고 그 횟수도 3회로 제한돼 있다. 고용주에게 임금체불을 비롯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절대적 약자인 이주노동자가 대응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이런 현실에도 정부는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을 확대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의정부교구 ‘이주민 특성화 본당’인 동두천본당 주임 이종원(바오로) 신부는 “고용허가제가 확대되면 이주노동자들의 안전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이주노동자는 단순한 노동력이 아닌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자 이웃이므로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2021년 통계에 의하면 국내 결혼이민자 17만5000여 명 가운데 결혼이주여성은 13만7000여 명이다. 결혼이주여성은 한국 남성과 결혼을 목적으로 한국에 이주한 여성으로 정주가 허용되는 외국인이다. 결혼이주여성이 증가하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2008년 3월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됐고 여러 차례 개정됐지만 결혼이주여성 당사자의 특성과 욕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특히 가정 폭력 피해를 입었을 때나, 이혼으로 체류 자격을 상실해 본국으로 강제 송환될 위험에 처했을 때 결혼이주여성들이 이용할 수 있는 법적 지원 제도가 국가와 지자체 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종교계와 시민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 장기체류하고 있지만 미등록 상태인 이주아동에 대한 구제대책도 긴급하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회(위원장 최상훈 라파엘 신부)와 인권단체들이 지난해 11월 1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미등록 이주아동의 체류권을 보장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것은 법무부가 2021년 4월 마련한 ‘국내 출생 불법 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대책’이 올해 3월 31일까지 시행되는 한시적 대책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탁건 유엔난민기구 법무담당관은 “체류 자격이 없더라도 장기간 국내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주아동에게는 일정 기준에 따라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정책이 인도주의적 고려에 부합한다”며 “법적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국제인권법상의 권리를 향유할 수 있는 ‘정규화’(Regularization) 정책을 국가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