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인물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예수님의 여정에 끝까지 함께 여성 제자들

최용택
입력일 2025-02-12 09:04:30 수정일 2025-02-12 09:04:30 발행일 2025-02-16 제 3429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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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여자대장부로 불리는 복자 강완숙(골룸바)는 한국천주교회사에서 그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역할이 컸다. 강완숙은 결혼 후 천주교 신앙에 대해 듣고 책을 얻어 읽는 가운데 그리스도교 신앙에 이끌렸다. 강완숙은 신앙에 대한 열정으로 교리를 실천해 나갔으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국교회의 초석을 세우는데 노력했다. 1791년 신해박해 때는 신자들의 옥바라지를 하다 자신도 옥에 갇히기도 했다.

1794년 말 주문모(야고보) 신부에게서 세례를 받은 강완숙은 모든 교회의 대표인 ‘여회장’으로 임명됐다. 당시의 양반사회에서는 생각도 못 할 일이었다. 강완숙은 전교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고 1801년 신유박해 때 강완숙은 같은 신자의 고발로 관가에 잡혀갔다. 관리들은 주문모 신부의 행방을 알아내려고 그녀에게 여섯 차례나 혹독한 형벌을 가했지만 강완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포졸들은 그의 어린 아들을 끌고 와 거적을 씌우고 매질을 하기도 했다. 강완숙은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배교하지 않았다. 회유를 포기한 관리는 1801년 7월 2일 서소문 형장에서 강완숙을 참수했다. 그의 나이 40세였다.

여성 사도, 여성 제자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신약성경에는 여성 제자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성경을 자세히 보면 예수님의 초기 복음 선포부터 많은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름도 언급되는 분들도 있고 대부분은 익명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열두 사도 못지않게 예수님의 선교사업을 지지하고 도와준 여성들은 실제 여성 제자라 할 수 있다. 

그 중에는 예수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도 있다. 성모님은 예수님의 생애에서 초기 몇 년 동안 주요한 역할을 했지만 성경에 기록되지는 않았다. 당대에 여성의 역할이 경시되었던 측면도 있다고 본다. 성모님은 예수님과 늘 함께 계셨고 예수님께서 임종하실 때 마리아를 제자들에게 교회의 어머니로 내주셨다.(요한 19,25-27 참조).

2016년 6월 3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령 「사도들의 사도」에서 마리아 막달레나를 열두 사도와 같은 반열에 올리며 ‘사도들을 위한 사도’라 말했다. 교황은 마리아 막달레나는 예수님을 마지막까지 따랐고 ‘죽음의 장소인 묘지에서 생명을 선포했다’고 강조했다. 그밖에도 익명의 많은 여성 제자들은 주님과 함께하면서 초기부터 교회의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남성 제자들이 도망친 상황에서 예수님의 십자가 밑에까지 가서 함께했다.

“백인대장과 또 그와 함께 예수님을 지키던 이들이 지진과 다른 여러 가지 일들을 보고 몹시 두려워하며, ‘참으로 이분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 하고 말하였다. 거기에는 많은 여자들이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들은 갈릴래아에서부터 예수님을 따르며 시중들던 이들이다.”(마태 27,54-55) 현대의 교회도 여성의 활동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반박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여성의 역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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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