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창조질서 보전, 우리 교구 이렇게 동참해요(하)] 체계 갖춘 활동과 교육 역량으로 ‘생명 지킴이’ 역할

민경화
입력일 2025-03-05 09:07:07 수정일 2025-03-05 09:07:07 발행일 2025-03-09 제 3432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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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교구, 2017년 생태환경위원회 출범…'피조물과의 친교' 활동 이어가
제주교구, ‘틀낭학교’ 평신도 활동가 양성…시민환경단체 연대활동 강화
부산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연계해 본당 환경 보호 실천 홍보
청주교구, 하늘땅물벗 사도직 합류…일상 속 생태적 회심 실천

그리스도인은 세상 속에 함께 살고 있다. 따라서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복음적 가치로 해석하고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 환경을 대하는 자세도 마찬가지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는 그리스도인들은 생태계가 파괴된 현장으로 나가 함께 기도하고 연대하고 있다. 산림문화가 풍부한 대구대교구는 생물다양성 보전에 힘쓰고 있으며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으로 자연 생태계가 파괴될 것을 우려한 제주교구는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기 위해 지역사회와 연대하고 있다. 부산교구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과 연계해 생명의 근간이 되는 우리땅을 살리는 일에도 관심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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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팔현습지에서 열린 생명평화미사가 끝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신자들

■ 대구대교구

대구대교구는 생태환경 사목의 역사가 길다. 2006년 교구에 환경위원회를 설립하고 각 본당에서 생태환경분과를 만들어 활성화에 힘썼고 이미 1970년대에 산간학교를 통해 주일학교 생태환경교육의 토대를 다지기도 했다. 본당 단위의 생태환경 사목에 집중했던 대구대교구는 2017년 생태환경위원회를 출범하면서 교회 안팎으로 활동을 확장했다. 2023년 생태환경 및 농어민사목부가 세워지면서 보다 체계적으로 지역의 환경 이슈에 참여를 시작했다. 사목국에서 특수사목부 소속으로 새출발을 하면서 지역 안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생태환경 및 농어민사목부장 임성호(베네딕도) 신부는 “대구대교구 생태환경 및 농어민 사목부는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기 위한 교구 공식기구를 설립을 통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선하고 아름다운 모든 피조물을 위협하는 반생명적인 모든 생태적인 문제와 생태적인 위기에 대해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사목적인 대응을 적절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뜻인 창조질서를 보전하는 것을 통합생태론에 기초한 사목방향을 지향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팔공산, 성불산, 수도산 등 풍부한 산림문화를 가지고 있는 대구대교구 지역은 낙동강, 금호강과도 인접해 중요한 생태서식처이기도 하다. 낙동강에는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호사비오리가 살고 있으며 금호강에서는 큰고니, 얼룩새코미꾸리 등 다양한 생물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자연습지인 안심습지, 팔현습지, 달성습지 등도 보존돼 있다. 따라서 관할 사목지의 생태환경에 순응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는 대구대교구 생태환경 운동의 키워드는 ‘피조물과의 친교’다.

임성호 신부는 “현 대구시장은 금호강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56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4대강 보를 벤치마킹해 흐르는 강을 막고 인공호수를 만들려는 반생태적인 행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구대교구의 젖줄인 낙동강과 대구를 가로지르는 금호강에 대한 생태계 복원 및 생태계 보전 활동의 일환인 물의 날 행사는 흐르는 강과 강물의 정의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올해도 피조물과 친교할 수 있는 활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사순 시기를 시작하며 생태희망순례를 기획해 습지와 강에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한다. 아울러 9월과 10월 창조 시기에는 생태영성특강을 열고, 현장 탐사를 위한 ‘창조학교’를 올해부터 개설해 운영한다.

창조학교는 물&강, 독수리 서식지 보존, 생물다양성(토종 씨앗 외), 원자력 발전(SMR), 탄소 중립(본당 태양광 설치 확대), 플라스틱 등 6개 주제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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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활동가들

■ 제주교구

제주교구 생태환경 운동의 핵심은 평신도 활동가다. 산딸나무를 뜻하는 ‘틀낭’에서 가져온 틀낭학교는 하얀 십자가 모양의 산딸나무 꽃처럼 생태를 위한 백색 순교에 함께할 수 있는 활동가를 양성한다.

틀낭학교는 「찬미받으소서」의 핵심 내용, 기후위기 등 큰 주제에서부터 제주 지역의 해양생태계, 식물 다양성, 습지, 한라산 등 제주도민의 피부에 와 닿는 환경문제와 먹거리, 쓰레기 등 일상생활의 문제, 나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과 연대, 하늘땅물벗 창립에 이르기까지 영성·신학·실천·조직이 연계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올해로 7회를 맞은 틀낭학교에서 배출한 많은 생태영성 활동가들은 본당의 생태사도직 단체를 만드는 토대가 되기도 하고 지역사회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활동가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현요안 요한 신부)는 가장 첨예한 이슈인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담당 사제는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위원회 공동대표를 겸직하며 지역사회 환경 현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의 변화는 위원장이 평신도에서 사제로 바뀐 것이다. 제주교구는 “특히 전문성이 요구되는 생태환경위원회 안에서는 전문가의 참여와 대화와 경청, 성령 안에서의 식별이 더욱 중요하기에 적극적으로 시노드 정신을 구현하고자 사제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올해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한국가톨릭기후행동, 시민단체와의 연대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본당 환경분과 지원에도 힘쓴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하늘땅물벗 연대를 강화해 각 본당 소공동체 생태보호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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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22일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궷물오름에서 주최한 생태탐방에 참여하고 있는 신자들

■부산교구, 청주교구

부산교구 생명환경사목위원회 위원장 서현진(야고보) 신부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담당이기도 하다. 따라서 부산교구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과 연계해 우리 땅과 생명을 살리는 것을 목표로 생태환경사목을 전개하고 있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작업으로 부산교구는 생명 농산물을 알리는 일뿐 아니라 본당 내에서 할 수 있는 환경 실천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아울러 농약과 제초제를 쓰지 않은 생명 농사로 재배한 농산물을 나누며 무엇이 환경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인지를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미래 세대의 생태감수성 회복에도 도움을 주기 위해 주일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신앙학교에서 쓰레기 매립장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청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김태원 요셉 신부)는 신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생태적 회심을 실천할 수 있는 사목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 1월 교구벗을 만든 청주교구는 서울, 제주, 인천에 집중된 하늘땅물벗 사도직에 새롭게 합류한 교구가 됐다. 김태원 신부는 “개인의 삶에 있어서 자본주의 문명을 생태문명으로 바꾸는 것이 위원회 활동의 핵심”이라며 “개인이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회심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하늘땅물벗 단체 확산이 올해 청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의 가장 중점적인 활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