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공감과 격려의 시간 속 ‘하느님과 인격적 만남’

박주현
입력일 2025-03-12 08:47:06 수정일 2025-03-12 09:27:21 발행일 2025-03-16 제 3433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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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H]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 수녀원 청년 동반 사목 ‘베네다락’

성소 때문이 아니더라도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을 갈망하는 청년이 많다. 하지만 반복적인 신심 생활, 단조로운 기도 안에 갇혀 갑갑함을 느끼기도 한다.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 수녀원(원장 이일경 베타니아 수녀)이 운영하는 청년 동반 사목 ‘베네다락’(담당 김정미 아니마 수녀)은 ▲매번 서로 다른 주제로 열리는 ‘베네다락 모임’ ▲독서 모임 ▲서로 꿈 이야기를 나누는 그룹 꿈 작업 등 활동을 통해 청년들이 다양한 모습의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함께하고 있다. 저마다 다양한 서사가 깃든 골동품이 즐비한 다락방처럼, 청년들에게 매번 새로운 신앙 체험을 안겨주는 베네다락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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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영성’을 주제로 지난 1월 열린 베네다락 모임에서 청년들이 바질페스토를 만들고 있다.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 수녀원 제공

■ 베네다락 모임

매달 첫 주일 열리는 성소 모임 ‘베네다락 모임’은 성소 식별이 아니더라도 신앙에 도움을 구하는 젊은이들에게 열린 공간이다. 마음의 외로움, 미래에 대한 불안, 관계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기 위해 동반 수녀들은 매달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성경 강의, 수도 생활 체험, 관계를 돌아보는 심리 작업 등으로 젊은이들은 하느님과의 인격적 관계를 구체화한다.

모임은 조건 없는 ‘환대’의 체험을 선사한다. 1월에는 ‘음식 영성’을 주제로 음식에 대한 따뜻한 기억, 누군가에게 나의 온기를 나눠 주었거나 전해 받았던 체험을 나눴다. 빵으로 오신 예수님의 ‘내어줌의 의미’를 새로이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2월에는 ‘서원’을 주제로 축성생활의 의미와 봉헌의 삶에 대해 묵상하고 10년 후 하느님께 드릴 나의 약속을 편지에 적어 봉인해 봤다.

담당 김정미 수녀는 “하느님이 우리를 그저 바라보고 계시는 분이 아니라, 생각보다 가까이에서 우리와 함께 대화하고 소통하기를 원하시는 분이라는 걸 청년들이 느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일상에 지치지 않고 깨어있는 우리가 한편으로는 잘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과거도,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함께하실 주님을 느끼고 슬픔 속에서도 기쁠 수 있기를 기도하게 돼요.”

남민우(루치아·대구대교구 구미 형곡본당) 씨는 “자매님들과 수녀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주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져 때로는 기쁘기도, 뭉클하기도 했다”고 남겼다. 또 “사랑, 의구심 등 여러 감정이 있겠지만 그분을 생각하는 마음 하나로 모인 것만으로도 ‘여기 잘 찾아왔구나’ 하는 믿음이 차오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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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비대면으로 열린 베네다락 청년 독서 모임 모습.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 수녀원 제공

■ 독서 모임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 저녁 비대면으로 열리는 청년 독서 모임은 동반 수녀들이 접하는 좋은 책들을 젊은이들과 나눠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를 비롯한 성 베네딕도 수도회들은 전통적으로 ‘영적 독서’(렉시오디비나)를 일과로 한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접촉을 할 수 없던 시절, 청년들과의 소통 통로로 열린 것이기도 하다.

참가 청년들은 선정 도서를 한 달 동안 읽고 마음에 와닿은 내용을 단톡방에 공유하며 다음 모임 날을 기다린다. 비대면 특성에 맞게 전국에서 접속한 청년들이 깨달은 바를 나누고 서로 공감하는 시간을 가진다. 필사 노트까지 마련해 자신의 영적 도서 목록을 만들어갈 만큼 열성적인 청년들도 있다.

선정 도서는 수도회 양성 필독서를 비롯해 수녀들이 추천하는 영성 서적이 대부분이다. 청년들이 추천하는 책 중에 고르기도 한다. 삶과 신앙을 연결해 인격적 하느님을 만나는 경험을 다룬 책, 사회 흐름 안에서 신앙인으로서 고민할 문제를 다룬 책 등, 생각과 마음의 ‘창문’(프레임)을 넓히는 도서들이다.

1월과 2월에는 마틴 슐레스케(Martin Schleske)의 「울림」을 읽었다. 바이올린 제작자인 저자가 작업, 삶의 경험 등 다양한 에피소드에서 ‘나’와 존재의 근원적 가치를 묵상하고 통찰해 낸 ‘영적 순례’ 여정을 담은 책이다. “소명을 통해 하느님을 드러내는 울림 있는 삶을 전해 주는 작가의 음성이 유독 기억에 남았다”고 청년들도 수녀들도 입을 모은다.

“인지를 도구로 활용해 하느님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는 데서 독서 모임이 특별하게 다가와요. 피상적인 교리로만 아는 걸 넘어, 살아 움직이는 그분과 함께 삶을 향유할 수 있죠.”

3년 이상 독서 모임에 참가해 온 유현진(마르타·대구대교구 큰고개본당) 씨는 “마음에 닿은 문장들을 나눌 때마다, 각자의 삶으로 토렴한 듯한 책들은 그저 네모난 물건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으로 영혼을 두드리시는 하느님의 ‘신선한 바람’같이 다가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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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기다림’을 주제로 열린 베네다락 모임에서 청년들이 동반 수녀들과 함께 인생 그래프 그리기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모임은 서로의 인생 그래프를 공유하며 지나온 삶과 앞으로의 생각들을 나누는 자리가 됐다.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 수녀원 제공

■ 그룹 꿈 작업

“꿈은 백설 공주의 거울처럼 가장 솔직한 ‘무의식 언어’, 자아 통합의 실마리죠.”

베네다락 담당 김정미 수녀는 로마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 심리학 연구소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가톨릭 상담심리사 1급을 수료했다. 김 수녀가 매달 셋째 화요일 비대면으로 여는 ‘그룹 꿈 작업’은 전문 심리 지식이 없어도 나눔이 가능한 모임이다. 청년들에게 혼란스럽기만 하고 금방 잊히는 꿈들을 개방해 통찰력을 계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솔직한 소통을 돕고자 성소팀의 홍연화(안나 데레사) 수녀도 함께한다.

청년들은 각자 한 달간 꿈 노트를 기록하고, 그중 꿈 하나씩 골라 소규모(5~6명)로 모여 나눈다. 꿈 주인공이 이야기를 마치면 궁금한 점을 서로 자유롭게 질문한다. 질문을 통해 꿈이 구체화하면 청년들은 서로 ‘그 꿈이 내 꿈이라면’이라는 입장에서 각자 통찰을 나눈다. 혼자서는 알아들을 수 없었던 내용을 더 많은 시각에서 비추며 그 의미를 명확히 알아듣는 경험이자, 의식 안에서 몰랐던 부분을 통합하는 과정이다.

이전에는 꿈에 대해 “스트레스의 반영일 뿐”이라는 정도로 평면적으로 생각하던 청년들은 점점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꿈은 혼자서는 다양한 의미를 찾기 힘들지만, 또래 청년들 덕분에 다각도에서 더 입체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특히 서로 공감하는 분위기 덕에 청년들은 무의식에 대해 선뜻 털어놓을 용기를 얻는다. “갇혀 있는 이미지들이 세상에 나오고, 누군가 함께 그것을 공감하며 바라봐준다는 체험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고 고백한 청년도 있다.

“있는 그대로 비추는 무의식이 때로는 의식보다 지혜롭다는 신뢰가 중요해요. ‘나’의 몰랐던 부분들을 만나고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여정이 하느님을 만나가는 여정과 닮았으니까요.”

청년들은 ‘하느님과의 연애편지’이자 ‘우리 모두의 경험의 언어’라는 김 수녀의 비유에 공감한다. 김 수녀는 “우리가 깨어 바라보고 관심을 갖는 순간 아주 많은 이야기를 건네고, 간접적으로 접하는 다른 이에게도 같은 성장을 안겨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베네다락은 꿈 작업뿐 아니라 꿈, 책, 영적 도서 등 청년들 곁에 다양한 형태로 다가오는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성소팀 이승현(알로이시아) 수녀는 “오늘날 많은 청년이 겪는 어려움을 공감하고 나누며 서로 힘이 돼주는 시간에 수녀들도 큰 보람과 의미를 느낀다”며 “삶에서 혼자서는 느끼기 힘든 하느님 사랑을 함께 찾는 일에 동료 수녀들과 기쁘게 함께하겠다”고 청년들을 응원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