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국내 체류 외국인 265만명…난민·이주민 기본권은?

이형준
입력일 2025-03-19 09:18:18 수정일 2025-03-19 09:18:18 발행일 2025-03-23 제 3434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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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 관리법·이주아동 구체책 등 현실과 괴리된 정책…이주민 기본권 보장 위한 제도 개선 시급
교회 차원 지원 활성화와 함께 법·정책 개선 목소리 힘 보태야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잠시 감소한 이래 다시 증가세다. 법무부 출입국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265만 명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이렇듯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 이미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아 가는 데 비해 법과 정책은 여전히 이들을 ‘이방인’으로 바라본다. 최근 개정법과 국가의 이주민 정책을 살펴보고, 교회가 이주민 보호에 앞장서는 이유를 알아봤다.

최대 20개월 사실상 ‘구금’… 국회 무관심 속 통과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지난 2월 27일 한국에서 강제퇴거 명령을 받았으나 본국으로 바로 송환이 불가한 외국인을 최대 20개월까지 시설에서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른 개정이었다.

개정 전 법은 강제퇴거 대상자에 대한 보호 기간 상한이 없어 ‘무기한 구금’이 가능했다. 2023년 헌재는 ▲강제퇴거대상자에 대한 보호기간에 적절한 상한을 두지 않은 것 ▲집행기관(법무부)으로부터 독립된 중립적 기관에 의한 통제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것 ▲당사자에게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절차적 기회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것 등을 두고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오히려 비판이 거세다. 천주교인권위원회를 비롯한 16개 시민단체가 모인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는 3월 7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헌재 결정의 핵심은 강제퇴거대상자를 특정 장소에 수용할 때 강제퇴거명령을 집행하는 데 필요한 합리적 기간 내에 수용할 때에만 정당하다는 것”이라며 “최장 20개월까지 수용이 가능한 조항은 헌재의 결정 취지에 위배되며, 정부의 무책임과 국회의 무관심 속 통과됐다”고 비판했다. 단순히 보호기간 상한을 정하는 것을 넘어 그 상한도 인간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만큼 '적절'해야 했다는 것이다.

또한 외국인을 인신구속하기 위해서는 주무 부처인 법무부 외 중립기관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는 헌재의 의도도 개정에 반영되지 않았다. 개정 법률은 법무부 산하에 설치된 외국인보호위원회가 ‘외국인 보호에 대한 이의심사, 계속 보호 승인 및 신청에 따른 보호’ 등 업무를 수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개정 과정에서 대한변호사협회를 비롯한 전문가들과 시민단체가 토론회 등을 통해 보호 기간 상한에 대해 의견을 표했음에도 국회가 외국인·이주민에 대한 무관심 속 졸속으로 개정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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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2일 수원교구 고등동성당에서 봉헌된 이민의 날 미사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한국인처럼 살았는데… 퇴거 위기 놓인 이주 아동들

한편 오랜 기간 국내에 지내며 한국 문화가 익숙한 미등록 이주아동들의 강제퇴거 여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국내에 장기간 체류중인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임시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임시 구제책이 오는 3월 31일 종료되는 가운데, 법무부가 구제책 연장을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제책은 2020년 관련 제도를 마련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시행된 임시 제도로, 인권단체들은 구제책의 보완과 상시 제도화를 촉구하고 있다.

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기본권 향상를 위한 네트워크'는 구제책에 대해 “구제책 자체도 이주아동의 안정적인 거주와 정착을 보장하기엔 한계가 있고, 아이들이 불안정한 체류로 빚어진 열악한 경제 상황과 불확실한 미래에 놓여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주아동들이 체류자격을 상실하면 경우에 따라 평생 가 본 적도 없는 ‘본국’으로 가야 할 위기에 처한다.

현재 구제책도 공교육을 이수하지 못한 아동들은 제외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아동들이 신청할 수 있는 체류자격이 제한적이라는 점 등 궁극적인 체류권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인권단체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구제책 종료가 임박한 상황에서도 법무부는 구제책의 연장을 고려하고 있다지만 현재까지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에 추가로 관련 권고를 할 수 있었던 인권위는 결정을 미뤄오다 일부 위원이 안건 심의 절차를 문제 삼자 결국 논의를 중단했다. 이에 구제책 연장 여부에 따라 영향을 받는 이주 아동들만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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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30일 열린 대구대교구 난민가정 아동 세례식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이주민과 난민,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앞서 국회를 통과한 출입국관리법 개정과 미등록 이주아동 구제책 등에서 드러난 국가기관의 인식이 이주민·난민 문제의 현실과 다소 괴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중에서도 약자에 속하는 난민·미등록 이주아동 등과 관련한 법·제도가 이들의 기본권 보장에 소홀했던 만큼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총무 황성호(미카엘) 신부는 “2024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 100명 중 5명이 외국인인데, 우리의 인식과 다르게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에 들어섰다고 평가받는다”며 “사회 구조의 필연적인 변화에 따라 국가 정책의 전환도 불가피하고, 우리도 이들을 동등한 사회 구성원이자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교회는 열악한 환경에 처한 이주민과 난민 돌봄,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각 교구의 이주사목위원회를 중심으로 법률지원, 심리상담지원 등이 진행 중이며, 최근에는 전국 교구가 모여 ‘미등록 이주아동의 건강한 성장발달을 위한 의료비 지원사업’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또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 이주민 청년 참가 방식에 대한 논의도 예정돼 있다. 다만 보다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법과 정책의 변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교회 구성원의 관심도 필요하다.

황성호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가 가장 약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야전병원’이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특히 이주민 유입이 이제는 거부할 수 없는 국제적 흐름인 상황에서, 가장 열악한 이주민·난민들에게 최소한의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건 교회의 당연한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