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성당 스케치

[르네상스 성당 스케치] 만토바의 산탄드레아 성당

이형준
입력일 2025-04-09 08:55:44 수정일 2025-04-09 08:55:44 발행일 2025-04-13 제 3437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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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아치와 신전 파사드 결합…원기둥 대신 벽기둥 주로 사용
16세기 성당 건축의 중요한 모델…르네상스 건축 표준으로 정립

리미니의 산 프란체스코 성당과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에서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의 파사드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알베르티는 그의 인생 후반에 만토바의 곤차가 가문으로부터 산 세바스티아노 성당(Chiesa di San Sebastiano in Mantova)과 산탄드레아 성당(Basilica di Sant’Andrea in Mantova, 성 안드레아 성당)의 설계를 의뢰받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알베르티의 만토바 진출은 르네상스 건축이 피렌체 밖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됩니다. 게다가 두 성당은 이전 시대에 지어진 건물의 증·개축이 아닌 처음부터 온전히 알베르티의 손에 의해서 설계된 최초의 작품입니다. 또한 알베르티는 초기 르네상스 성당이 취하는 평면의 두 전형을, 곧 산 세바스티아노 성당에서는 그릭 크로스 평면(중앙집중형 평면)을, 그리고 산탄드레아 성당에서는 라틴 크로스 평면(선형 평면)을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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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아치와 신전 파사드가 어우러져 배치된 산 세바스티아노 성당 파사드. 오른쪽은 산 세바스티아노 성당 내부. 출처 위키미디어

먼저 설계한 것은 그릭 크로스 평면의 산 세바스티아노 성당입니다. 이 성당은 1460년에 착공되었지만, 알베르티가 1472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완공하지 못하였습니다. 20세기 들어서 알베르티의 설계를 그의 이론에 따라 재구성하였는데, 지금의 성당은 그의 설계와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성당의 내부를 보면 강력한 중앙집중형 평면을 마주하게 됩니다. 원래 중앙의 크로싱 위에는 돔이 있었던 것 같으며, 크로싱에서 제단 방향과 양측의 트란셉트 방향에는 반원 앱스가 있고 입구 방향에 출입문과 포르티코(portico)가 있습니다. 이 평면은 정사각형이 여러 겹 방사선 형태로 확장되는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런 형태는 로마 고전의 중앙집중형 평면을 기하학적으로 해석하여 더 강한 중앙집중형의 평면을 만든 것입니다. 브루넬레스키도 말년에 중앙집중형 평면을 선호했는데, 그런 경향을 알베르티가 그릭 크로스의 평면에서 더 강조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당의 입면은 개선문 아치와 그리스 신전 파사드가 어우러져 배치되었습니다. 성당이 높은 기단 위에 세워진 것은 거룩한 장소로서 세상과 구별되어야 한다는 알베르티의 종교적 신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리고 사각형의 벽면에 네 개의 벽기둥이 있고 그 위에 엔태블러처와 페디먼트가 놓였는데, 이는 신전 파사드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입니다. 또한 벽체에 개선문 아치를 기하학적으로 해석하고 발전시켜, 본체는 정사각형으로 출입구는 사각형과 반원으로 페디먼트는 삼각형으로 표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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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탄드레아 성당 파사드(왼쪽)와 성당 내부. 알베르티는 산탄드레아 성당 착공을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출처 위키미디어

그리고 10년이 지난 1470년에 알베르티는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산탄드레아 성당을 설계하였는데, 아쉽게도 성당의 착공을 앞두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성당 건축은 알베르티의 설계에 따라 그의 제자에 의해서 진행되었는데, 알베르티의 이론과 사상에 가깝게 표현되었습니다. 산탄드레아 성당의 평면은 브루넬레스키가 피렌체에서 보여주었던 라틴 크로스 형태입니다. 하지만 브루넬레스키의 설계는 네이브와 아일 사이의 네이브월이 가는 원기둥으로 되어 있는 아케이드 형태였습니다. 이런 선형 평면은 공간의 중심축이 성당 입구에서 제단을 향하여 형성되어, 이전 시대의 평면과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알베르티는 라틴 크로스의 평면을 사용하되 선형성을 약화하고 르네상스의 중앙집중성을 드러내고자 하였습니다. 그래서 아일에 해당하는 공간에 큰 경당과 작은 경당을 번갈아 구성하여, 네이브에서 볼 때 기존의 제단을 향한 축에 아일의 경당들을 향하는 축을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브루넬레스키 평면과 알베르티 평면은 같은 라틴 크로스여서 비슷해 보이지만, 알베르티는 선형 공간에 중앙집중형 공간을 추가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두 축의 방향성이 만들어진 것은 알베르티가 네이브 천장을 폭 17미터의 석재 배럴 볼트로 올린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는 고딕 양식의 리브 그로인 볼트가 아니라, 로마 고전주의를 따라서 카라칼라 목욕장과 막센티우스 바실리카에서 볼 수 있는 배럴 볼트로 천장을 올렸는데, 그 경우 수직 하중을 견디기 위해서는 무게를 집중시키는 기둥 형태보다 무게를 분산시키는 벽체 형태가 유리합니다. 따라서 아케이드의 원기둥이 떠받치는 브루넬레스키식 네이브월은 육중한 배럴 볼트를 지탱할 수 없기에, 알베르티는 다시 로마 고전주의를 따라 먼저 거대한 받침대를 만들고 그 아래에 두꺼운 벽기둥(벽체를 포함하는 사각기둥)을 설치하였습니다. 벽기둥과 벽기둥 사이는 외부에 사용된 모티브인 개선문 아치가 구성되었습니다. 그리고 개선문 아치마다 큰 경당과 작은 경당을 번갈아 만들어 공간에 율동감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라틴 크로스 평면에 배럴 볼트의 천장과 두꺼운 벽기둥, 그리고 크고 작은 경당의 구성은 라틴 크로스의 전례적 장점을 살리면서 그릭 크로스의 르네상스 정신을 구현한 알베르티의 독창적인 설계입니다. 알베르티의 이 평면은 16세기 성당 건축의 중요한 모델이 되었고 17세기의 유행을 이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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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탄드레아 성당의 돔. 출처 위키미디어

산탄드레아 성당의 외부 역시 알베르티가 설계한 내부 공간과 연관되어 나타났는데, 산 세바스티아노 성당의 외부에서 사용한 개선문 아치와 신전 파사드 형태가 다시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먼저 알베르티는 네 개의 대형 기둥 위에 엔태블러처를 얹고 그 위에 페디먼트를 올려서 그리스 신전 파사드를 연출하였습니다. 또한 가운데의 두 기둥 사이에 개선문 아치를 세우고, 양옆 기둥 사이에 작은 출입구를 두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성당 내부의 아일 방향에 구성된 큰 경당과 작은 경당의 반복을 연상케 합니다. 그리고 외벽의 대리석 색채를 이용한 기하학적 장식과 두 개 층에 걸친 거대 기둥의 등장도 눈에 띕니다.

브루넬레스키에서 시작된 초기 르네상스 건축은 알베르티에 의해서 완성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서로 다른 형태인 선형 평면과 중앙집중형 평면의 조화를 이루고 개선문 아치와 신전 파사드를 이질감 없이 결합하였습니다. 또한 구조적으로는 원기둥보다 안정감 있는 벽기둥과 거대 기둥을 사용하고, 장식에서는 정사각형 등의 기하학적 형태를 정착하였습니다. 이러한 알베르티의 르네상스 고전주의는 이후 미켈란젤로, 팔라디오, 베르니니 등이 이끄는 전성기 르네상스 건축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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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강한수 가롤로 신부(의정부교구 건축신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