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이시던가요?”
그 당시 필자가 교황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사람들이 묻던 질문이었다. 그때의 교황은 성 요한 바오로 2세였다. 그는 선출될 당시 영화배우 같은 외모와 운동선수 같은 걸음걸이를 지닌 인물이었으며, 10여 년 이상 이를 유지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6년 10월 맹장 수술을 받았지만, 2005년 2월까지 다시 입원하는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점점 예전 같지 않았다.
그의 건강에 대한 추측은 오랫동안 제기되었고, 특히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소문은 결국 사실로 확인되었고, 교황청조차 이를 인정하게 되었다. 정확히 언제부터 그가 이동 플랫폼을 사용하기 시작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최소한 2000년 대희년 즈음에는 확실히 의존하고 있었다.
“얼마나 더 오래 사실 것 같아?” 어느 해인가 친구가 필자에게 물었다. “잘 모르겠어.” 필자는 솔직히 인정하며, 그가 오래 버틸 것 같지는 않다는 취지의 말을 덧붙였다.
그러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후 3~4년을 더 재위하며, 12차례 이상의 해외 사목방문을 단행했다. 또한 중요한 회칙인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를 발표하고, 다양한 주제에 대한 여섯 개의 자의 교서를 반포했다. 그중 하나인 「성사의 성성(聖性) 보호」는 성직자들이 저지른 미성년자 성 학대 범죄를 포함한 중대한 범죄를 교회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규정하는 내용이었다.
2002년, ‘보스턴 글로브’의 탐사 보도를 계기로 미국 가톨릭교회에서 수십 년간 지속된 성 학대와 조직적인 은폐 실태가 밝혀지면서 교회가 큰 충격에 빠진 가운데,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미국의 모든 추기경을 로마로 소환했다.
그들 가운데는 보스턴의 로우 추기경과 로스앤젤레스의 마호니 추기경, 워싱턴의 매캐릭 추기경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지난주 내내 머릿속을 스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치의 세르지오 알피에리(Sergio Alfieri) 박사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입원했을 때 얼마나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었는지, 그리고 현재는 “100%는 아니더라도 90% 정도는 회복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진단을 내린 것과 함께 말이다.
알피에리 박사는 퇴원 후 교황을 교황청의 성녀 마르타의 집 숙소에 방문한 뒤, 이탈리아의 주요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그를 위해 기도한 것도 회복에 기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정도의 중병에서 90%까지 회복한다는 것은 확실히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마지막 병환이 처음에는 독감처럼 시작되었다가 좋아지는 듯 보이다가 결국 악화됐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까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알피에리 박사의 말은 고무적이며, 희망과 기도는 언제나 의미가 있지만, 결국 가장 큰 변수는 프란치스코 교황 자신일 것이다. 알피에리 박사는 “그가 너무 빨리 회복하면 교황청의 보좌진들이 속도를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좋든 싫든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교황청 관료들에게 상당 부분 행정을 맡겼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런 방식으로 교회를 운영하지 않는다. 그는 독립적인 보좌관들에게 업무를 위임하는 스타일이 아니며, 그가 직접 모든 것을 챙기고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몸은 지쳤지만, 머리는 50세 수준”이라는 것이 알피에리 박사의 평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태까지 거의 초인적인 힘과 지구력으로 교회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그를 지치게 만드는 것이 업무 자체가 아니라, 그 외의 모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가 쇠약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지금 가톨릭교회를 흔드는 ‘루프니크 사건’의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기간 동안 가장 중대한 위기라 할 수 있으며, 그가 이를 피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결국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때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이들이 그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해했지만, 교회 안팎의 위기는 계속되었다. 참고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큰 국제적 긴장을 초래했던 것처럼,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들을 불안하게 하고 국제 질서를 흔들고 있다는 점도 언급할 가치가 있다.
사무엘 랭혼 클레멘스(필명 마크 트웨인)가 실제로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런 말이 떠오른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종종 운율을 맞춘다.”
글 _ 크리스토퍼 알티에리
바티칸 라디오 영어 뉴스 담당자로 12년 이상 근무한 후, 가톨릭 헤럴드(Catholic Herald)의 첫 로마 지국장을 거쳐 총괄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현재 미국 코네티컷주 페어필드 대학에서 역사와 신학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