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노동절 담화] 김선태 주교, “노동 현장에서 양심은 모두 깨어나야”

이형준
입력일 2025-04-22 10:15:55 수정일 2025-04-22 10:15:55 발행일 2025-04-27 제 3439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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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는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창세4,9) 제목의 담화에서 여전히 취약한 한국의 노동 현실을 지적하고, “노동 현장에서도 우리의 양심이 모두 깨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태 주교는 담화문에서 “그간 노동자들과 시민들은 ‘양심적 연대’로 열악한 노동 현장 속 부조리를 많이 개선했다”며 “그럼에도 이윤과 성공만 좇는 성과주의와 이기주의, 물신주의는 노동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를 낳았고, 우리 사회는 어느새 자본과 노동의 갈등을 넘어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한국인과 외국인 노동자를 구분하는 ‘새로운 계급화’를 받아들여 불평등과 인권 침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됐다”고 진단했다.

김 주교는 이어 “물류 창고와 거리, 건설과 산업 현장에서는 무더위와 추위, 살인적인 노동 시간과 허술한 안전 조치 등으로 수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있다”며 “특히 2010년 뜨거운 용광로에 떨어져 숨진 20대 노동자의 죽음은 15년이 지나 또 다른 20대 계약직 인턴 노동자의 죽음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김 주교는 “가톨릭 사회교리에 따르면 경제는 이윤만이 아니라 도덕성의 요구에 열려 있어야 하며, 기업은 소수의 이익만이 아니라 노동자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호하는 관점에서 경영돼야 한다”면서 “국가 공권력도 도덕적 양심을 바탕으로 경제와 노동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주교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한 나머지 아벨을 죽인 카인의 무딘 양심은 동생의 죽음에 모르쇠와 무책임으로 일관했다”며 “이제 우리는 ‘너의 형제 노동자는 어디 있느냐’는 이 시대의 물음에 정직하게 대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