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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평양 오간 은밀한 신호들…「나는 갈 것이다, 소노 디스포니빌레」

이주연
입력일 2025-04-23 09:50:30 수정일 2025-04-23 09:50:30 발행일 2025-04-27 제 3439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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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만 지음/312쪽/2만2000원/메디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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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 디스포니빌레(sono disponibile, 나는 갈 것이다).” 

2018년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하자, 이에 대한 승낙으로 밝힌 교황의 일성(一聲)은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교황 발언 이후 바티칸 교황청 내부는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교황 방북을 성사하기 위한 은밀한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교황 방북은 성사되지 못했다.  2019년 트럼프와 김정은의 ‘하노이 노 딜’로 방북 프로젝트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왜 끝내 성공하지 못했을까. 트럼프 2기로 미-북 화해 모드가 조성된 지금, 교황 방북은 재개될 수 있을 것인가? 

이백만(요셉) 전 주교황청 대한민국 대사가 펴낸 「나는 갈 것이다, 소노 디스포니빌레」는 교황 방북 프로젝트의 진실을 풀어놓은 책이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주교황청 대한민국 대사를 지낸 이 대사는 교황의 방북 프로젝트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물이다. 

그는 “기억이 조금이라도 더 남아 있을 때 ‘소노 디스포니빌레’의 배경과 전후 진행 과정을 기록해 두고 싶었다”고 집필 배경을 들려준다. 공직자로서의 의무감에서 기록을 정리했다는 이 대사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고 바티칸으로 출발하는 순간부터 긴박했던 교황청과 평양, 그 사이를 오간 은밀한 신호들을 전해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진심으로 한반도 평화를 기원했고, 북한 방문이 교회법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사제들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북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에 공식적인 가톨릭 사제가 없어 교황을 누가 맞이할 것인지도 문제가 됐지만, 교황은 '교황이기 이전에 선교사다. 사제가 없기 때문에 갈 수 없다가 아니라, 사제가 없기 때문에 가야 한다"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책은 바티칸에서 긴밀히 진행된 교황 방북 협상의 비화를 담은 한편, 잘 알 수 없었던 교황청과 주교황청 대사의 세계를 소개한다. 교황청 내부는 어떤 모습이며, 각국 주교황청 대사들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아울러 이 대사가 지켜본 프란치스코 교황의 남다른 한국 사랑과 에피소드들을 사진과 함께 엿볼 수 있다. 

이 대사는 책을 펴내는 말에서 “언젠가 교황 방북 프로젝트가 다시 추진될 때, 바티칸 3년을 기록한 이 책이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