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프란치스코 교황의 저서에서 찾는 영적 유산

이주연
입력일 2025-04-28 17:49:15 수정일 2025-04-29 09:05:17 발행일 2025-05-04 제 3440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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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만연한 시대 속에서 희망 선택하는 삶 보여줘
오늘날은 그 어느 때보다 자비 실천 필요함 강조
“희망은 절망 뚫는 힘…믿음은 보물처럼 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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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환경과 평화 등 인류 공동의 과제 앞에서 그리스도인이 어떤 행동을 지녀야 할 지 꾸준히 메시지를 전해왔다. CNS

4월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기간 그리스도인이 지녀야 할 자세에 대해 또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또 환경과 평화 등 인류 공동의 과제 앞에서 어떤 행동을 지녀야 할지 꾸준히 메시지를 전해왔다. 이제 소중한 영적 유산으로 남은 교황의 주요 말들을 저서들 안에서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 희망

“희망을 품는다는 것은 인류가 겪는 악의 비극을 외면하는 순진한 낙관론과는 다릅니다. 진정한 희망이란 어둠 속에 갇히지 않고,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으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내일을 밝게 바라볼 줄 아는 마음의 힘입니다.” (「희망」 510쪽)

최근 출간한 자서전 「희망」(2025, 가톨릭출판사)에서 교황은 절망이 만연한 시대 속에서 끝까지 희망을 선택하는 삶이란 무엇인지 묻고, 자신의 생애 전체를 통해 그 답을 보여준다. ‘희망은 멈춰 서지 않는 것이다’는 신념이 삶 전체에서 증명되는 듯하다. 그는 희망을 막연한 낙관이나 위로의 말이 아니라, 두려움과 절망을 뚫고 나아가는 내면의 힘으로 보았다.

「그래도 희망」(2019, 가톨릭출판사)에서는 그리스도인이 바라고 지향해야 할 진정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희망은 우리로 하여금 한 발짝 더 나아가게 한다”고 역설한 교황은 “이 희망은 현재를 위한 원대한 목표, 즉 인류를 위한 구원, 자비하신 하느님께 자신을 내어 맡기는 사람을 위한 지복을 제공해 준다”고 강조한다.(55쪽) 또 교황은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이미 이루어진 어떤 것에 대한 기다림”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바로 거기에 문이 있고, 그 문에 이르는 것을 희망하며 문을 향해 걷는 것 즉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어떤 것을 향해 걷고 있다는 확신을 갖는 데 있다”고 풀이했다.(148~149쪽)

■ 자비·믿음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2016년을 ‘자비의 특별 희년’으로 선포할 만큼 교황직에 머무는 동안, 이 세상이 그 어느 때보다 자비의 마음과 실천을 필요로 하는 시대임을 수시로 상기시켰다. 

그리스도인이 지녀야 할 자비의 삶을 호소한 「아버지처럼 자비로워지십시오-프란치스코 교황의 성찰」(2015, 생활성서사)에서 교황은 “그리스도적 시간은 사랑의 시간이자, 사람들 사이를 결속하는 시간”이자 “그것은 또한 서로 간에 벽을 세우는 시간이 아니라 세대 간에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마음의 다리를 이어주는 시간”(149~150쪽)이라며 자비의 정신을 강조한다. 

또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 모신다는 것은 빵을 나누는 행위를 모든 형제를 비롯한 삶의 모든 차원으로 넓혀가기 위해 책임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서 빵을 나눌 준비를 당부한다.(163쪽)

‘믿음’은 ‘밖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촉구한다. 

「하느님과 다가올 세계」(2020, 가톨릭출판사)에서 “선포되지 않는 믿음은 믿음이 아니다”고 말하고 “믿음은 설득을 통해서가 아니라 소중한 보물을 전달하듯이 전해져야 하고, 교회는 ‘밖으로 나가는 공동체’이기에 우리는 문을 활짝 열어 놓는 신앙을 살아가자”고 밝힌다.(70쪽) 또 예수님이 하셨듯이 믿음을 전하자고 청한다. “주님의 제자로서 우리는 이렇게 그리스도교 신앙을 전합시다. 시대와 장소에 관계없이 모든 이를 위한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났듯이 말입니다. 선동하려는 목적이나 공격적으로 반박하려는 완고함을 버린 삶의 양식과 선포 방식을 채택해야 합니다.”(148쪽)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