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80) 선교사로 산다는 것 3탄!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5-04-07 수정일 2015-04-07 발행일 2015-04-12 제 2939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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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환경의 선교지로 파견된 선교사의 삶은 설렘과 도전의 교차라 생각됩니다.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는 선교사 소임을 받은 적이 없는 나로서는 선교지로 떠나는 그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삶에 언제나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런데!

예전에 내가 아끼는 후배 신부가 아시아의 어느 지역 선교사로 파견을 받아 떠난 적이 있습니다. 그 신부가 선교지로 떠나는 날, 예전에도 선교사의 삶을 살아온 신부라서 별걱정은 안 했지만, 그래도 또다시 새로운 나라로 선교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공항까지 배웅을 나간 적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그 신부가 정기 휴가를 나온 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날, 어찌나 반가웠는지!

“형님.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나야 이곳에서 잘 지내지! 그런데 너는 어때? 선교지에서 잘 지냈어? 건강은?”

“저는 잘 지냈어요. 그런데 이번 선교지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데서 하느님의 놀라운 신비를 경험한 적이 있어요!”

“그게 무슨 말이니?”

“제가 이번에 소임을 받아 떠난 곳은 산간 지방인데 그곳에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지키며 살아가는 신자들도 있지만, 신앙을 지키는 신심 깊은 개가 한 마리 있습니다.”

“뭐, 신심 깊은 개?”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일주일에 한 번 미사를 드리는 공소가 있어요. 그런데 그곳에서 미사를 거행할 때마다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제가 미사를 드리려고 하면, 신자들을 따라서 공소를 지키는 개도 함께 들어옵니다. 그런데 성찬의 전례를 할 때면 그 개는 제대 앞으로 나와서 미사를 드리는 제 옆에 가만히 서 있는 거예요. 처음에는 얼마나 놀랐던지! 그런데 신자 분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을 하는 거예요. 언젠가 한 번은 거양 성체를 하는데 그 개가 내 옆에 평소보다 더 바짝 붙는 거예요. 그래서 손으로는 거양 성체를 하고, 발로는 그 개를 저리 가라고 툭 찬 적도 있어요. 그래도 그 개는 꼼짝도 않고, 거양 성체 때 내 얼굴만을 바라보는 거예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성찬의 전례가 끝나면 다시 건물 밖으로 나가서 개 본연의 일을 해요. 그리고 그 동네 개들은 별로 먹지를 못해 다 말랐는데 공소 개만 유독 살이 쪄 있어요.

그 이유인 즉, 동네에 장례나 혹은 혼인식이 있으면 그 개는 그곳에서 며칠씩 살아요. 왜냐하면 신자들이 영험한 공소 개 왔다며, 특별히 먹을 것을 더 준다고 해요. 암튼 토실토실 살이 오른 공소 개, 성찬의 전례 때가 되면 어김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와, 신자석도 아니고 제대 위로 올라오는 그 개를 보면서 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다가도 그 개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도 해요.”

선교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듣다 보면 평소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선교지에서는 좋은 선교 사례들만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들과 삶을 나누다 보면, ‘정말 그런 일이?’ 등 놀라운 사건들을 듣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선교사들은 선교지에서 경험하는 모든 일들은 그 지역 분들의 생활을 보다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선물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혼자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좋은 선교사는 결국 ‘모든 이에게 모든 것’으로서 예수님을 닮은 분이라고!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