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동창 신부님들 몇 명이 모이는 날이었습니다. 언제나 나를 아껴주시는 교구 동창 신부님이 나에게 ‘오늘 저녁에 번개 모임이 있으니 무조건 나오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나의 하루 일과를 너무나 잘 아는 신부님이 무조건 나오라고 하니,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저녁에 모임 장소로 갔습니다. 갔더니 몇몇 신부님들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 중에 내가 아끼는 교구 후배 신부님도 나와 있었습니다. 오랜만이라 반가운 마음을 나누며, 즐거운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그렇게 식사를 하는 도중에 나는 그 후배 신부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하고 물었습니다.
“어제 본당의 날 행사로 전 신자 체육대회를 했어요. 성당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을 빌려서 야외 미사도 드리고, 오후에는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레크리에이션을 겸한 운동을 하는데 진행이 매끄러워 잘 끝났어요.”
“그래, 좋았겠다. 점심은?”
“아, 점심요? 그건 각 구역별로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 내에서 음식을 준비했어요. 모두가 자기 집 냉장고에 있는 나눌 수 있는 음식들을 가지고 와서 함께 먹는데 좋더라고요.”
“그게 공동체 정신이지.”
그러자 후배 신부님이 순간 허허, 하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습니다.
“점심 때 본당 사목회 분들이 음식을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임 신부님과 저는 신자분들이 운동장 구석구석, 천막 안에서 구역별로 식사하시는 그 장소를 찾아 돌아다녔어요. 그리고 ‘식사 맛있게 하셔요’, ‘이건 누구네 집 장아찌예요?’, ‘저건 누가 만드신 장조림이에요?’ 하면서 각각의 음식을 맛 보고 그랬어요. 우리 본당은 구역이 많다보니, 한 구역, 한 구역 그렇게 음식을 조금씩 맛을 봐도 배가 점점 부르더라고요. 주임 신부님도 배가 부르셨는지 음식 접시를 내려놓고, 식사하는 장소를 돌아다니면서 격려하고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보좌인 나는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각 구역에서 할머니들이 우리 구역 음식 좀 먹어보라고 하는데,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힘들어도 각 구역을 거의 다 돌아다니며 음식을 맛보며 ‘맛있다’, ‘맛있다’ 했죠. 그런데 그 날 본당 유치부 아이들 중에 저를 스토커처럼 따라 다니는 여자 아이가 있었어요. 그 꼬마는 제가 음식 접시를 들고 각 구역 천막 속에서 한 젓가락, 한 숟가락 음식을 맛보는 것을 계속 따라다니면서, 물끄러미 쳐다보더라고요. 그러다 거의 마지막 구역에서 젓갈과 깻잎으로 남은 음식을 깔끔히 먹고 정리하는데, 그 여자 아이가 나에게 다가오면서, 내 배를 만지더니, 뭐라 말했는지 아시겠어요? ‘신부님, 여기에 뭐가 들었어요?’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나는 엉겁결에 그 여자 아이에게 ‘음, 하느님의 사랑이 들어 있지.’ 그랬더니, 그 여자 아이가 눈을 크게 뜨더니, ‘와, 하느님 사랑이 그렇게나 커요?’ 그래서 그 아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데!’ 암튼 그 천막 안 신자들이 배꼽을 잡고 웃는데 창피해서 혼났어요!”
그 날 함께 식사를 하면서 다른 신부들도 그 신부에게 ‘야, 그 뱃속에 정말 뭐가 들었어?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이 들어 있기는 해?’ 이렇게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으며 저녁 식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신부 말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내가 나에게 물었습니다. ‘석진아, 네 뱃속에는 뭐가 들었어? 하느님의 사랑이 들어 있기는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