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생태칼럼] (5) 후쿠시마의 여섯 번째 경고 / 조현철 신부

조현철 신부(예수회) 탈핵천주교연대 공동대표
입력일 2017-03-07 수정일 2017-03-08 발행일 2017-03-12 제 3035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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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일본 핵 사고 교훈 삼아
탈핵 정책 구현·절전 실천해야

‘후쿠시마’ 6주기를 맞았다. 2011년 3월 11일에 터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체르노빌과 함께 사상 최악의 사고로 꼽힌다. 방사성 물질은 지금도 계속 유출되고 있다. 수습이 가능할지, 시간과 비용이 얼마나 들지, 피해는 얼마나 될지, 아무도 모른다.

후쿠시마 사고는 세계 각국의 핵발전 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독일은 ‘2022년 탈핵’을 선언했고, 이탈리아는 국민투표로 핵발전 재개를 포기했다. 대만은 공정률 98%의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포기했고, ‘2025년 탈핵’을 선언했다. 하지만 정작 일본 정부는 핵발전소 재가동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핵발전소 확대 정책을 밀어붙여 왔다.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고리 1호기 폐로가 결정됐지만, 정부는 월성1호기의 수명을 연장했고,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허가했다. 현재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모두 25기로, 세계 5위 수준을 보인다. 핵발전소 밀집도는 압도적 세계 1위다.

정부는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고 여부에 상관없이, 안전한 핵발전소란 없다. 핵발전 자체가 안전을 부정한다. 핵발전 사고의 실체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가 생생히 보여줬다. 후쿠시마 사고로 일본 국토의 70%가 방사능으로 오염됐다. 고농도 오염 지역도 20%에 달한다. 우리나라 남한 땅과 맞먹는 넓이다. ‘후쿠시마’에서와 같은 사고가 우리나라에 일어나면, 남한 땅 전체가 사람이 살 수 없는,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하는 곳이 되고 만다.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주장은 인간의 한계를 부정하는 강변이나 무지일 뿐이다. 인간이 불완전하듯, 인간의 기술도 불완전하다. 인간이 만든 어떤 기계나 설비도 고장과 사고가 난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우리가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선악과다.

핵발전소를 안전하게 가동해도, 핵폐기물은 나오기 마련이다. 특히 사용후핵연료는 적어도 10만년 이상 격리 보관해야 하는 고준위핵폐기물이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물질과 시간이다. 사용후핵연료는 해마다 700톤 넘게 쏟아져 나오고, 임시 저장고는 거의 찼다. 핵발전소는 화장실 없는 집이다.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로 주변 생태계가 망가지고, 피폭노동으로 노동자가 병든다. 핵발전소와 송전탑 지역 주민의 삶이 황폐해진다. 요컨대, 안전한 핵발전소는 없다.

탈핵의 길은 어렵지 않다. 신고리 5, 6호기 백지화를 포함해서 신규 핵발전소 건설과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을 포기해야 한다. 또 활성단층 지역으로서 지진이 빈발하고 있는 월성의 핵발전소는 조기 폐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기에너지의 수요를 관리하고, 태양과 바람 같은 자연에너지를 확충해야 한다. 이제 기술적으로 경제적으로 모두 가능하다. 정책만 바꾸면 된다. 하지만 집요하게 핵발전을 유지, 확대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핵발전에 걸려 있는 엄청난 이권 때문이다. 탐욕이 핵발전의 버팀목이다.

우리들은 어떤가? 우리들 대부분은 위험을 알면서도 핵발전을 방관해 왔다. 지금 누리는 편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이다. 결국 탈핵이 정책으로 구현되려면, 현재의 지배적인 삶의 양식에 대한 근원적인 반성이 있어야 한다. 무분별한 풍요와 편리의 추구가 아니라 검약과 절제의 삶이 좋은 삶이라는 확신, “생태적 회개”가 반드시 필요하다(「찬미받으소서」, 217항). 우리는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가? ‘후쿠시마’가 여섯 번째로 우리에게 묻고 있다.

조현철 신부(예수회) 탈핵천주교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