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8주일 제1독서 (이사 25,6-10) 제2독서 (필리 4,12-14,19-20) 복음 (마태 22,1-14) 모든 것이 주님 은총임을 깨달아야 하늘나라 초대받을 자격 세상 힘든 고통 속에서도 감사하는 마음과 희망 가져야 하느님 뵙는 잔치 자리에 합당한 예복은 바로 ‘찬미와 화답’ 미사 참례 못하더라도 더욱 굳은 신앙으로 믿음 지켜가길
사제로서 가장 행복한 일은 신자들이 성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또한 말씀으로 신자들의 믿음이 성장할 때 감사가 차오르고, 서로 친교를 나누는 모습에 덩달아 행복해지곤 하지요. 그런데 요즘에는 그 기쁨을 빼앗긴 기분입니다.
혼란스러운 세상이 들려주는 어둡고 우울한 소식에 휘말려 지레 맥이 빠지기도 합니다. 성당 사정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아 미사에 참석하는 신자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니, 마음이 베이는 듯 쓰라립니다. 그럼에도 미사참례를 독려하기는커녕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들의 미사참례를 극구 말리고 있으니, 기가 막힙니다.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시기가 길어지면 결국 선교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 뻔해 걱정입니다. 애송이 사제 시절, 사제가 되면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장담하는 저에게 은사 신부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사제는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겪는 모든 아픔과 근심걱정을 함께 짊어지는 사람이기에, 신자들의 삶을 염려하느라고 애간장이 녹아내리고 매일매일 근심걱정에 묶여 지낼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요즈음…. 진심으로 은사님의 일깨움이 살뜰히 다가옵니다. 솔직히 이즈막에 제가 지닌 유일한 위로는 세상은 늘 변한다는 사실 뿐인 듯 한데요. 세상의 모든 것은 흘러가기 마련이고 사라진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요. 지금 우리네 삶을 옥죄고 있는 이 ‘사건’도 과거의 시간 속에 묻힐 날이 꼭 올 테니 말입니다. 오직 하느님의 말씀만이 변하지 않고 영원하며 무궁할 터이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마음에 고여 드는 남루한 생각을 어쩌지 못하고 여쭙습니다. 이 힘든 시간을 어떻게 채우며 지내시는지? 혹여 미사참례가 뜸해진 만큼 주님과의 거리가 멀어진 것은 아닌지? 어느새 미사참례는 해도 그만 빠져도 그만인 듯 여기고 계신 것은 아닌지? 미사방송을 켜고 지켜보는 것으로 신자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오해하지는 않는지? 염려합니다.장재봉 신부 (부산교구 월평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