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죽음, 뇌사」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서강대 부설 생명문화연구소(소장ㆍ정의채 신부) 주최로 10월 17일 오후 1시 30분 서강대 K관 302호에서 열렸다.
학계 및 종교계 전문가들과 성직ㆍ수도자등 2백50여명이 참석, 큰관심을 보인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가톨릭교회내 윤리신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월리암비히신부(로마 알폰시아눔 대학원 대학교수)가「뇌사: 죽음의 판정에 뇌와 관련되는 기준을 채택하는 경우의 윤리적과제」, 김열규 교수(인제대)가「오늘에 되새기는 한국인의 무속적죽음」정병조 교수(동국대)가「불교의 생사관」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비히 신부는 이날『뇌사판정 기준은 장기이식을 위한 맥락에서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신경학적 조사에서 뇌기능의 전면 상실 혹은 그와 동등한 정도의 파괴가 의심의 여지없이 확인되면 뇌사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뇌사판단에 따른 모든 과정이 신경계통 전문가에 의해 수행되어야 하고 장기이식의 편의 때문에 서두르지 않으며, 최근 친자의 의견을 고려, 그들이 반대한다면 생명유지 치료를 위한 장치의 중지를 짧은 기간 연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열규 교수는『뇌사 관념이 호흡 정지나 혈류의 정지 등을 기준으로 죽음을 판단해오던 전통적 사고방식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고 밝히고 좁은 의미로 중추신경계의 완전한 정지, 곧 신체통합 기능의 완전한 상실을 의미하는 뇌사는 인간을 전자신경체계의 매카니즘으로 치부하게 되는 새로운 인간 유물주의의 소산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채 신부는 이날 세미나에 앞서『뇌사문제는 의학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죽음의 판정을 의학적 측면에서만 파악하는 것은 부족하다』면서『죽음에는 관습, 종교, 윤리 등의 복합적인 문제가 개입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여러 의견들을 수렴하자는 취지에서 이번 심포지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신부는 뇌사인정과 장기기증의 입법화과정에는 반드시 국민적 이해와 합의가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생명문화연구소는 지난 4월과 6월에 이어 이날 뇌사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가짐으로써「생명」을 주제로 한 세번째 세미나를 마무리지었다. 교회안팎의 깊은 관심과 기대속에 출범했던 생명문화연구소는 그간 우리 사회에서 무차별하게 파괴되고 있는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학계 종교계등 전 사회구성원들이 공동노력을 기울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