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시사진단] 정치판, 이대로는 안된다/조경근 변호사

입력일 2012-09-03 15:22:40 수정일 2012-09-03 15:22:40 발행일 1995-09-17 제 1970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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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우리의 정치판을 보노라면 마음 답답함을 떨쳐 버리기 어렵다. 광복50주년과 함께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가 시작되었고 변화와 개혁의 기치아래 희망과 바램의 문민정부 출범 2년 반이 지났음에도 정작 우리의 정치판은 어쩜 그리도 구태 의연한가.

후3김 시대로 재현된 대부정치, 4당 체제를 통한 지역할거 분파주의, 검찰권행사의 권력시녀적 발동, 개인적 실리에 따른 정치인의 이합집산과 정치 도덕성의 실종, 지방선거 및 교육위원선거를 통해 다시 한번 여전함을 보여주는 금권만능의 부정부패 양상 등.

그런데 이에 더하여 우리 모두를 걱정스럽게 하는 사실은 6.27지방선거 이후 집권여당의 정국에 빗나간 인식과 이에 뒤따른 잘못된 정국운영방식이다. 김대통령과 그 측근 실세들은 대통령이 집권이래 단 한 푼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고 있음을 특히 자랑한다. 또한 공직자 재산등록제와 금융, 부동산 실명제 실시 등도 역대 정권들이 결코 엄두조차 내지 못한 엄청난 치적임을 들어 6.27지방선거의 결과는 크게 잘못되었다는 항변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와 같은 제도의 의미가 크다 한들 국책은행 총재시절 거액수뇌를 했었음에도 버젓이 현직장관이 될 수 있었다면 그 동안의 재산등록이나 금융실명제가 얼마나 의미 있는 제도라고 강변할 수 있을까?

더구나 이반된 민심을 다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발표한 8.15사면복권조치는 얼마 전까지 파렴치범의 대표선수처럼 국민들 가슴에 새겨져 있었던 전직 고위 공직자들을 풀어줌으로써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더니 그들보다 파렴치성에는 훨씬 덜해 보일 뿐 아니라 그 대사면 조치 훨씬 이전 무렵 은행 융자 알선으로 6천만여원의 사례금을 받았다는 야당의원은 새삼스럽게 전격구속하고 있으니 과연 그 의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사실 오늘의 파행적, 비도덕적 정치 상황은 정부의 위와 같은 다분히 즉흥적이며 일관성 없는 정책 시행과 비문민적이요 독선적인 국정운영방식에서 그 연원을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대국민 정계은퇴 약속을 저버린 노정객과 군사 쿠데타의 원조 격인 두 김씨의 지역할거주의 정치행태에도 그 책임의 일단을 찾아 볼 수 있겠으나 분명한 사실은, 그 책임의 대부분이 김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집권세력에 지워져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문민정부의 파행적 정국운영과 그에 따른 냉혹한 6.27심판이 없었더라면 인기 절정이었던 문민정부에 대항한 두 김씨의 정치행보는 전혀 그 설 자리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권의 설립과정이 문민적이었다 한들 그 운용과정이 비 문민적이어서는 결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아무리 「인사는 만사」라는 그럴듯한 구호를 강조하더라도 사려 깊지 못한 임명절차와 불벼락 식 해고의 인사방식으로서는 결코 안정적이며 올바른 국가경영이 기대될 수 없다. 집권초기 하늘을 찌를 듯 하던 문민정부의 인기가 그토록 참담한 지경으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보다 국가 경영상 거듭된 실책과 안하무인적 통치자세 그리고 「비리엔 친척도 장관도 없다」면서도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집권당 후보의 돈줄이었음이 공공연한 비밀로 되어 있는 두 이씨에 대하여는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를 계속하는 이중잣대적 법적용, 5.18사태에 대하여 공소권이 없다는 책임 회피적 결정 그리고 표적수사와 같은 편파성에 있지 않을까. 이와 관련하여 참으로 안타까운 점은 김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문제이다. 오랜 권위주의 군부통치를 종식시키고, 참된 문민정부를 이 땅 위에 탄생시키는 일이 문민대통령으로서의 궁국적 목표일 수 밖에 없다면, 김대통령은 진정한 민주정부, 참된 민주사회의 뿌리내림에 국정운영의 최우선의 가치를 두어야 한다. 따라서 좀더 원칙에 충실하고 역사를 의식한 공명정대한 자세를 견지하여야 한다. 인기에 영합하고 이를 통해 집권당의 차기 승리에 연연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물론 인간적으로는 함께 고생한 동지들에게 차기 정권을 인계해 주고 싶을 것이고 과거 정권쟁취 과정에서 도움을 준 많은 사람들에게 빗 갚음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원칙에 어긋난 대증요법적 처방이 계속된다면 정권의 유지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 것 이오, 살기를 도모하고 싸운다면 죽게 될 것이다』라고 하듯 정권의 유지보다는 원칙에 충실하며 참된 개혁사회를 만드는 일에 매진할 때 정권유지도 아울러 성취될 수 있다.

문민정부는 너무 많은 업적에 사로잡혀서는 아니 된다. 군정의 잔재, 부산물을 말끔히 씻어내고 참된 민주사회 부정부패 없는 사회를 이루는 일만으로 충분하다. 이를 위해 공명선거정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처럼 여야함의 아래 만들어진 통합선거법의기본정신을 이번 6.27지방선거의 뒤처리 과정에 공평무사하고도 엄중한 법 적용을 통하여 추구하는 일은 공명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필수적이다. 참된 민주주의가 되기 위하여는 할 수 만 있다면 여야정당간 정권의 교체가 오히려 바람직함에 비추어 국민의 심판하는 경우 정권상실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대범성을 가지는 일이 참된 문민정부의 필수적 전제 조건임을 강조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