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첫 방문 분단국가 선택 행보에 전세계 주목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 처음 … 시복식 현지 방문 이례적
한반도·아시아 대륙 복음화에 미칠 새로운 바람 고대
“일어나 비추어라.”(이사야서 60,1)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방문을 통해 한국과 아시아 전체에 새로운 복음화의 빛을 전한다.
교황은 8월 14~18일 4박 5일간 한국 주요 성지와 성당 및 시설 등지에서 한국은 물론 아시아 대륙 신자들을 폭넓게 만나는 장을 펼친다.
현대 들어 교황들은 세계 곳곳을 사목방문하며 시대의 징표를 드러내왔다. 교황이 방문지에서 하는 연설도 전 세계인들에게 큰 화두로 다가간다. 교황의 방문은 단순한 종교 지도자의 사목방문을 넘어서 각국 정치, 사회,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뿐 아니라 정부도 전 인류의 정신적 지주이자 평화의 사도인 교황의 한국 방문을 적극 추진, 한국은 물론 아시아 전역에 화해와 평화의 물꼬가 새로 마련되길 기대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방한을 통해 아시아 청년들과 함께 기도하며, 한반도와 전 세계 평화와 화해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장애아동들을 만나 위로를 전하고, 시복식도 주례한다.
교황이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하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며, 교황청이 아닌 현지에서 거행되는 시복식에 참례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특히 선출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 대륙을 방문하며, 아시아에서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을 첫 방문지로 선택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주요 일정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의 가장 큰 목적은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Asia Youth Day) 참석이다. 이에 따라 교황 방문지도 아시아 청년대회가 열리는 대전교구 관할 지역에 집중된다.
교황은 입국 이튿날인 15일 충남 세종시에 위치한 대전가톨릭신학교를 방문, 아시아 청년대표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이에 앞서서는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대전 교구민들을 위한 지향으로 봉헌한다. 당진 솔뫼성지에서는 아시아 청년들과 함께 문화프로그램에 참가할 예정이다.
17일에는 해미성지에서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주례하며 젊은이들과의 영적 동반을 이어간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은 16일 서울에서 거행된다. 시복식 장소로는 서울 광화문 등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지만, 소박한 행사를 지향하고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교황청의 입장 등에 따라 최종 결정은 10일 현재도 조율 중이다.
같은 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의 대표적인 종합 복지시설인 청주교구 ‘꽃동네’를 찾는 데에도 긴 시간을 할애한다. 이곳에서 교황은 장애아동들과 시간을 보내며 형제애를 나눌 예정이다. 또 꽃동네에서는 한국 수도자들, 평신도들과의 만남도 진행한다. 교황은 이날 한국 수도자들과 성무일도를 함께 바치고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이어간다. 17일의 주요 일정은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다. 또 교황은 이날 아시아 주교들과도 만나 아시아교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방한 여정은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로 마무리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종교 지도자들과의 만남에 이어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며 한국 신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예정이다.
추진 경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대 교황들이 정기 휴가를 보낸 8월, 한국 사목방문을 단행한다.
한국교회와 사회는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 재임 때부터 교황 방한을 추진해왔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도 아시아 교회 방문을 적극 검토해왔으나, 2013년 2월 자진 사임하면서 뜻을 이루진 못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또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요청된 바 있다. 한국 주교회의는 2013년 10월 추계 정기총회를 즈음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공식 초청장을 보냈다. 이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도 여러 경로를 통해 교황을 초청했다.
교황의 한국 방문이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공식적인 소식은 지난 1월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의 브리핑을 통해 전해졌다. 올해 2월에는 교황청 실사단이 교황 방문과 관련한 장소들을 답사했다.
한편 주교회의는 10일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 준비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이 위원회는 교황 방한과 관련한 전반을 교황청 및 정부와 협의해 진행하는 실무 운영진이다.
준비위원회는 사무국 아래 ▲전례특별분과 ▲대외협력분과 ▲기획조정분과 ▲재정분과 ▲의전분과 ▲홍보분과 ▲문화행사분과 ▲영성신심분과 ▲의료분과 등 9개 세부 분과로 두고 행사를 준비·집행한다. 각 분과 위원들로는 평신도 전문가들을 적극 위촉할 계획이다.
준비위원회 위원장은 강우일 주교(주교회의 의장), 집행위원장은 조규만 주교(서울대교구 총대리), 부위원장은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안명옥 주교(마산교구장,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유흥식 주교(대전교구장,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장봉훈 주교(청주교구장)이다.
지역 행사 담당은 김종수 주교(대전교구 총대리)와 유경촌 주교(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고찬근 신부(서울 명동본당 주임)·이범현 신부(청주 금천동본당 주임)가 맡았다. 준비위원회 대변인은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이다.
방한 의미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출 직후 낸 메시지와 강론 등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기도해왔다. 지난달 거행된 추기경 임명식에서는 염수정 추기경을 안고 한국을 사랑한다고 특별히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교황의 직접 방문은 남북한 화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교황 방한은 한반도의 평화 촉구 뿐 아니라, 아시아 복음화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행보로 기대를 모은다.
그동안 세계 각국 교회와 보편교회도 한국교회의 역량을 높이 평가, 아시아 복음화의 주역으로 활동해 줄 것을 기대해왔다. 아시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대륙으로 전 세계 인구의 2/3가 거주하는 곳이다. 세계 주요 종교의 요람일 뿐 아니라 다양한 영적 전통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반면 가톨릭 인구는 3% 정도에 불과하며, 급속한 도시화와 빈곤, 이주민과 환경문제, 정치·종교적 갈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 유린 등이 더욱 심화되는 지역으로, 이에 대한 성찰과 대응이 절실한 형편이다.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는 교황의 한국 방문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자 메시지를 통해 “교황님께서는 가톨릭교회가 아시아 대륙 전체에 주님의 평화의 복음을 선포하고, 세상에 주님의 빛과 영광을 비추도록 하는데 한국교회가 주춧돌이 되도록 격려하시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교황이 직접 주례하는 시복식 또한 한국교회로서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시복 추진 작업은 한국교회 초기 박해인 신유박해 순교자들의 행적을 밝혀냄과 동시에, 선교사 없이 자발적인 노력으로 교회 공동체를 일궈낸 평신도 신앙 선조들의 열정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특히 올해는 한국교회가 200주년 사목회의를 연 지 30주년을 맞는 해이자, 103위 순교성인 시성 3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는 신앙선조들의 삶을 본받고, 21세기 현대사회에 새롭게 적응하며 세상에 기여할 교회의 역할을 심층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때 이어지는 교황의 방한은 한국교회의 쇄신과 평신도들의 능동적인 활동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환영메시지를 통해 “교황 성하의 방문이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아시아 전체에 주님의 평화를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며 “가난한 사람들과 소외된 이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를 주관하는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담화를 내고 “교황님의 방문은 물질주의에 찌들어 있고 남북으로 갈라져 신음하는 우리나라와 교회가 정화되고 성장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주교구장 장봉훈 주교도 특별담화문을 통해 “무엇보다 중요한 준비는 교황님의 방문을 우리 삶을 쇄신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라며 “순교자들이 목숨을 바쳐 하느님을 섬기셨고 박해하는 이웃에게까지도 사랑을 실천하셨듯이, 우리도 ‘가장 작은 이’를 섬기며 지역선교와 북방선교에 더욱 힘써야 하겠다”고 전했다.
교황 주요일정(예상)
14일
한국 주교들과의 만남
대한민국 대통령과의 만남
15일
아시아 청년대표들과의 만남
아시아 청년들과 함께하는 문화 프로그램
대전 교구민을 위한 미사
16일
시복식 미사
꽃동네 방문 - 장애아동들과의 만남
한국 수도자들과의 만남
한국 평신도들과의 만남
17일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
18일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종교지도자들과의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