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41) 하느님의 품 ①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4-06-10 수정일 2014-06-10 발행일 2014-06-15 제 2899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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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새벽 미사 복사의 기억
우리는 저마다 하느님에 대한 체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는 그 체험은 어떤 사건이 생기고 난 후 바로 생겨나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보니 “아, 그것이 바로 하느님 체험이었구나! 하느님이 나와 함께 계셨구나!”하고 생각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체험이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삶의 운명을 바꾸어 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 체험’은 운명을 바꾸기는 하지만, 그 바뀐 운명을 따라 살아가는 삶은 결국 본인이 살아가는 것입니다. 본인이 하느님과 꾸준한 관계 안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 사랑 안에서!

종신 서원이 얼마 남지 않는 수사님의 생생한 이야기입니다. 그 수사님은 수도원 들어오기 전, 어린 시절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소중한 사건과 그 기억 안에서 하느님 체험 때문에 자신의 수도 성소를 결정지었던 분입니다. 그 이야기의 시작은 어릴 때 새벽 미사 복사를 할 때 일어난 경험입니다.

그해 겨울, 가장 추운 겨울날, 그 수사님은 새벽 미사 복사 당번이었습니다. 그 날도 어김없이 어머니가 시간이 되어 깨워 주셨기에 수사님은 씻고 성당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성당 문이 잠겨 있더랍니다. 너무 이른 새벽이어서 성당 문이 잠겨 있다고 생각했고, 그때의 아련한 기억으로는 날씨가 너무 추웠기 때문에 성당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그저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다 그만 잠이 들었답니다. 그런데 누군가 계속 자신을 깨워주었고, 그러다 실제로 누군가 이불 같은 것을 가지고 와서 포근하고 따스하게 감싸주었던 기억, 그리고 깊은 잠이 들었던 기억, 그 후 저녁에 긴 잠을 자고 일어난 듯 따뜻한 집에서 개운하게 일어난 기억만 남아있었답니다. 아무튼 그 날, 누군가가 자신을 포근하게 품어준 그 소중한 기억이 결국은 수도 생활을 선택하게 되었고, 그것이 종신서원을 앞둔 이 시점에까지 자신만 간직하고 있는 영성적인 추억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평소에 그 수사님의 어머니를 잘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성당 활동도 열심 하시고, 가정 안에서도 훌륭히 사셨고, 늘 기도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고자 노력하는 분이십니다. 며칠 전에 어머님이 수도원에 놀러 오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그 날따라 어머니는 나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습니다.

“강 신부님, 제가 예전에 큰일을 낼 뻔했어요. 사람 잡을 뻔했답니다.”

“큰일이라니, 어머니처럼 맑은 영혼을 간직하고 계신 분이 무슨 큰일을?”

“예전에 우리 아들이 본당에서 복사단 생활을 하던 때였어요. 특히 새벽 미사 복사 당번이 되어 성당에 가면, 그 모습을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면서도, 혹시나 내가 아들을 제시간에 깨우지 못하게 될까봐, 그게 늘 신경이 쓰여 그랬는지 아들 새벽 미사 복사 때에는 내가 더 긴장을 좀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매우 추운 날 새벽이었어요. 그 날도 어김없이 아들을 깨우고 성당에 보냈는데, 삼십 분, 한 시간, 그리고 한참이 지나도 집으로 안 돌아오는 거예요. 순간, 사고가 났다고 생각이 든 거예요. 미사 복사를 갔는데,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아들, 사고가 났다는 생각이 다 들더니, 거실 마루에 그냥 주저앉아 버렸지요.”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